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패션·뷰티 산업을 둘러싼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K-뷰티·K-패션 등 K-컬처 수출 확대, 중소기업 해외 진출 지원, 유통 플랫폼 공정화 등 주요 공약과 규제 방향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을 통해 "K-푸드, K-뷰티, K-패션, K-웹툰 등 K-컬처 산업을 2030년까지 300조 원 규모로 키우고, 문화 수출액을 50조 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수출 역량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를 위해, 수출 바우처 확대와 해외 마케팅·인증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신흥시장 진출 장벽을 낮추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4일 취임한 이 대통령은 당일 연설에서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민생 회복과 경제 재도약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업종이나 수치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산업 연계 측면에서 패션·뷰티 업계 역시 문화 콘텐츠 산업의 일부로 간주되며 정책적 수혜가 기대된다.

실제로 K-뷰티 주요 기업들은 중국 시장 내 기존 입지와 전략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타진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대표 브랜드 '더후'를 중심으로 중국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왔으며,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열린 '비전 하우스' 행사에서는 천기단 라인의 신제품 '프로 리페어 세럼'과 '래디언스 아이크림'을 선보였다. 중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온 LG생활건강은, 향후 리오프닝과 외교 기조 변화에 따른 실질적인 수혜가 가장 유력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주요 브랜드의 현지화 마케팅과 채널 다변화에 힘써왔으며, 애경산업은 중국 대표 MCN과의 협업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중 관계 회복과 수출 지원 정책이 맞물릴 경우, 체감 효과를 빠르게 나타낼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패션 업계 역시 중국 시장에서의 기존 성과를 발판 삼아 정책 변화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이랜드는 1990년대 초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해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프리미엄' 전략을 중심으로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왔다. 특히 중국 법인을 통해 연간 1조 원대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지화된 브랜드 포지셔닝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세실업은 베트남과 중남미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아시아 시장 내 수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새 정부의 대중 외교 기조와 수출 촉진 정책이 구체화되면, 기존 중국 전략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은 산업 전반에 반영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3분기부터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 방안은 앞선 정부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향후 새 정부가 이를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패션·뷰티 주요 브랜드의 유통 채널인 면세점 업계 역시 반등 기회를 모색 중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이 확대될 경우, 매출 회복세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는 이러한 외교·통상 변화가 수출 환경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정책 방향은 '지속 가능성'에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과 녹색 산업 육성을 주요 아젠다로 제시한 만큼, 뷰티·패션 업계 역시 ESG 중심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비건 화장품, 재생 섬유, 친환경 포장재 사용 등은 이제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공약의 실행력과 실효성에 대해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전 정부에서도 유사한 수출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됐지만 체감도가 낮았다는 지적이 반복된 만큼, 이번 정부의 정책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수요 회복과 수출 지원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유통 채널에 변화가 생긴다면 대응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책의 실행력과 업계의 의견 반영 정도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