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변화에 日 '새판짜기' 유인 커져…韓정부 '공동개발 지속' 설득
협정종료 땐 한일관계 대형 악재…이재명 정부 한일관계 관리 시험대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구역.[사진=한국해양수산개발]](/news/photo/202506/650495_567267_83.jpg)
컨슈머타임스=인터넷팀 | 일본이 50년 가까이 이어진 7광구 한일 공동 개발 중단을 곧 선언할 수 있게 된다.
1978년 6월 발효된 한일 대륙붕 공동 개발 협정의 유효 기간인 50년을 3년 남겨두고 어느 일방이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국제법 판례가 일본에 유리하게 바뀌어 일본의 '새판짜기' 유인이 강해진 상황이다.
일본이 실제로 반세기 가까이 유지된 한일 공동 개발 틀을 깨고 나설 경우 한일 관계에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7광구 일대 힘의 공백이 생겨나 중국까지 가세한 한·중·일 각축전으로 비화할 수 있어 정부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간선 원칙' 들고나선 일본…'새로 선긋기' 나서나
6일 정부에 따르면 1978년 6월 22일 발효돼 만 47년 이어진 한일 대륙붕 공동 개발 협정은 이달 22일부터 연장 또는 폐지의 기로에 놓인다.
한일 어느 일방은 50년 유효 기간이 끝나는 시점의 3년 전부터 협정 종료를 상대방에게 선언할 수 있다.
이 협정은 7광구 전체와 인접한 제주 남쪽 해역(4광구·5광구·6-2광구의 일부)을 공동개발구역(JDZ)으로 지정하고 양국이 함께 개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문가들은 협정 체결 때와 달리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국제법 판례가 변경돼 일본이 협정을 아예 끝내거나, 재협상을 통해 자국에 유리하도록 현상을 변경하고자 하는 유인이 커졌다고 본다.
오성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역개발정책위원회 분과부의장은 "일본은 중국과의 해상 경계 이슈에서도 중간선 원칙을 유지해왔다"며 "외교 정책의 논리적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한국에도 같은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1974년 협정 체결 때는 국제법적으로 '대륙붕 연장론'이 널리 인정됐다. JDZ 대부분을 차지하는 7광구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멀고, 일본 오키나와 해구 앞에 위치했음에도 '우리 땅이 바닷속으로 이어졌다'는 대륙붕 연장론에 따라 한국이 관할권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었다.
![JDZ 인접 수역도.[사진=국회입법조사처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체제 종료 대비 방안' 보고서]](/news/photo/202506/650495_567268_852.jpg)
하지만 1980년대 리비아-몰타 판결 등을 계기로 국가의 해안선에서 200해리 범위 바다와 바닷속 땅인 대륙붕에 관한 권리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거리 기준'이 보편화했다. 이는 7광구와 거리가 가까운 일본 측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후 일본은 줄곧 '경제성이 없다'는 명분을 앞세워 공동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시간 끌기' 전술로 일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협정을 끝내거나 적어도 재협상을 통해 자국에 유리하게 새판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가미카와 요코 당시 일본 외무상이 작년 2월 중의원에서 "재교섭을 포함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대응할 생각"이라며 "유엔 해양법 규정이나 국제 판례에 비춰 중간선을 바탕으로 경계를 확정하는 게 공평한 해결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 측 주장대로 소위 중간선을 바탕으로 한일이 다시 광구 개발권을 조정하면 일본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해역인 7광구 관할권 대부분이 일본에 속하게 된다.
◇ 전문가 "일본 결국 파기 수순 갈 것…대통령실 직접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만일 일본이 협정 종료를 선언한다면 한일 대립이 심화하고 중국까지 새롭게 가세하면서 한·중·일 3국의 자원 개발 각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7광구 일대가 분쟁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박창건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서 "협정이 종료된다면 새롭게 논의될 한일 간 대륙붕 공동 개발 및 경계 획정 협상에 중국이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시 말해 현재 JDZ는 한·중·일 3국의 새 화약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은 7광구 서남측 해역에서 펑후(澎湖) 유전을 운영하고, 룽징(龍井) 가스전 개발에 추가로 나서는 등 일대 자원 개발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최근 한국과의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안팎 공해상에 설치한 부표 등 구조물을 잇따라 설치하는 등 서해,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 인근 바다를 내해화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한일 협정 붕괴로 인한 힘의 공백 상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이에 일본으로서도 이런 중국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일본의 '협정 파기 욕구'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일방적 협정 종료 선언이 한일 관계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고, 미국 정부가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주력하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흐름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도 일본의 행동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점에 주목하고 일본이 현재의 한일 공동 개발 체계를 이어가도록 설득을 지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이달 22일 이후 곧장 협정 종료 선언을 하기보다는 한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 흐름을 주시하면서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현상 변경 시도할 방법을 신중하게 강구할 것으로 관측한다.
비록 이달 당장 일본의 '협정 파기 선언'이 현실화하지 않아도 이 문제가 향후 한일 관계에 큰 파장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한일관계 관리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본은 새 한국 정부가 들어서 우선 상황을 보다가 결국에는 자기 국익에 맞게 협정을 파기하고 재교섭을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그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역사 문제 등 갈등이 도래할 때 카드로 들고나올 가능성이 커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일관계에서 교과서, 독도 문제 등은 과거의 문제지만 이것은 미래의 문제"라며 "대통령실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예방 외교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