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출시한 제약기업들이 약사들의 반발을 의식해 돌연 판매를 중단하거나 철수를 검토하면서 약사들의 대응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달 24일 다이소 전용 저가 건기식을 출시했지만 같은 달 28일 판매 철수를 결정했다. 판매를 개시한 지 닷새만이다.
이에 대웅제약과 판매를 추진하던 종근당건강도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양약품의 갑작스러운 판매 중단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최근 약사들의 반발 확산에 부담을 느낀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 건기식의 한 달 분이 평균 2만~3만 원대지만 다이소 건기식은 한 달 분이 3000~5000원으로 소비자 부담을 낮췄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입장문을 내고 "유명 제약사가 수십 년간 건기식을 약국에 유통하면서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는데 규탄한다"며 "신속히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약사는 다이소에 납품한 제약사에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반발했다.
현재 건기식 시장 구조 및 유통 상황을 고려할 때 약사들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약 6조원 대에 달한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24년 시장 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중 약국 점유율은 2023년 3.8%이며 2024년 점유율은 4.2% 추정됐다.
인터넷몰의 비중은 70%에 달한다. 실상 건기식 판매는 온라인 시장의 독점적 유통 구조인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온라인 유통채널을 통한 매출 비중이 70% 상당이고,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라며 "건강기능식품은 약국이 주요 시장이 아닌 만큼, 약국의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고 제약기업은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4%밖에 안 되는 약국의 건기식 소비층이 다이소로 옮겨갈 걸로 예상해서 약사들이 불만을 제기한 건 아니다"라며 "그동안 제약사들이 오랫동안 약국과 상생해 왔음에도 이번 다이소처럼 '고품질 저렴한 가격'을 표방하는 건기식 제품을 왜 약국에는 제공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이렇게 납품함으로써 약국을 폭리를 취한 부류로 인식하게 만든 것에 분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결국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사더라도 그에 대한 상담 등이 약국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며 "약사 사회 전반의 반대 의견은 아님에도 오히려 일양약품의 철수로 더 점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