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울시 중재에도…조합-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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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서울시 중재에도…조합-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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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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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정비사업장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에 일부 대형 사업지는 공기 연장 등의 우려로 빠른 공사비 증액 합의를 이뤄냈지만, 여전히 대부분 현장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디에이치 클래스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3.3㎡ 당 공사비 792만5000원에 합의했다. 조합은 오는 10일 대의원회의, 28일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쳐 공사비를 확정할 예정이다.

당초 현대건설에서 제시한 3.3㎡당 829만원보다 약 37만원 낮으나 공사비로 따지면 2조6363억원에서 3조8958억원으로 48% 늘어난 수치다.

이 단지는 기존 지상 5층, 2120가구 규모에서 정비사업을 진행해 최고 35층, 50개 동, 5002가구로 탈바꿈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이 지난 3월부터 착공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이 이어지면서 현대건설은 올해 초 조합 측에 2조6363억원에서 4조776억원(평당 829만원)으로 공사비를 인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조합 내에서 공사비 인상액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장기간 협의를 진행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지난 몇달간 조율을 거쳐 비교적 빠른 협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빠른 협의가 가능했던 것은 공사비 상승에 따른 일반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져서다.

조합 측에서는 어느정도 건설사에 공사비를 증액하더라도 일반분양물량의 분양가를 조정해 어느정도 상쇄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선 이유도 있다.

실제 지난 7월 공급한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펜타스'는 3.3㎡당 일반분양가가 6736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썼다.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인근을 이끄는 '리딩단지'로 자리매김할 것이 유력한 대단지로 이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의 평가도 있다.

이처럼 알짜입지 대형 단지들의 경우 비교적 빠른 협의를 통한 공사재개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조합원 분담금이 급증하는 중소규모 단지들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중단과 시공사 계약해지 등이 잇따르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장위자이 레디언트) 재개발 조합에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을 경우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지난 3월 3.3㎡당 공사비를 573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조합측에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하면서 일어난 사태다.

앞선 2009년 7월 21일 3.3㎡당 346만원에 도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2015년 8월 439만9000원, 2022년 1월 465만원, 작년 7월 516만원으로 세 차례나 증액했기 때문에 더이상의 공사비 상승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이 단지는 2022년 11월 일반분양을 진행한 이후 내년 3월께 입주예정이었지만,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인천 부평구 부개4구역 재개발 사업의 경우 아예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게 됐다. 기존 시공계약을 맺은 DL이앤씨와 조합 간의 공사비 증액과 관련된 이견이 컸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2010년 도급계약 체결 당시 공사비가 3.3㎡당 372만9000원이었으나, 2020년 444만원으로 올랐다. 게다가 최근 인근 교회 이주와 관련된 보상문제, 조합원 내 갈등으로 인한 조합장 교체 등 크고작은 이슈가 겹치면서 결국 시공사 재선정까지 가게 됐다. 이 밖에도 장위11-1구역 조합 역시 현대건설과 공사비 갈등을 빚다 지난 2월 계약 해지했다.

공사의 차질이 이어지자 국토부와 서울시가 발벗고 나섰다.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실제 서울시는 강남구 청담삼익 아파트(청담르엘), 강북구 미아3구역(북서울자이폴라리스), 성북구 안암 2구역(해링턴 플레이스) 등 총 1만여 가구를 중재하는 데 성공하며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갈등이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분양 위축에 따른 공급 부족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토부가 내놓은 7월 주택통계를 보면 서울지역 분양실적은 지난달 190가구로, 지난 5년간 통계치와 비교해 96% 줄었다. 최근 이뤄지는 공사들의 갈등이 이어지면 2~3년 후에는 공급 부족현상이 더욱 커져 부동산 시장 전반의 가격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을 통해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 중재가 이어지고 있으나, 더욱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공사비 안정화 방안의 발표를 예고하긴 했으나,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지도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갈등에 따른 정비사업 공기 연장, 시공사 해지 등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더욱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단지들도 일반분양가격에 상승분이 고스란히 전가되면서 시장 전체로 봤을 때 분양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의 중재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시공계약과정에서의 가이드 라인 제시 등 표준계약 장치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건설업계에 공사비 문제와 관련한 협조요청을 했지만 결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이를 위해선 공사비 상승과 집값 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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