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3GS'가 2009년 11월 국내에 출시돼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을 무렵. LG전자는 2010년 3월 풀터치 휴대전화 '맥스(MAXX)'를 출시했다. 그룹 소녀시대가 광고모델로 나서 일명 '소녀시대폰'으로 불렸던 바로 그 제품이다.
당시 LG전자 내부에서는 "스마트폰 개발은 필요 없다"는 식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맥스폰에 대한 자신감이었는지는 모르나 2011년 현재 시점에서 보면 한심스런 오판에 불과했다. '옵티머스'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을 한참 있다가 부랴부랴 출시했으니 말이다.
LG전자가 최근 1조원대 유상증자에 나섰다.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의 투자재원 마련이 목적이라는 설명이었지만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애플, 삼성전자, 팬택 등에 밀려 사실상 자체 휴대전화 사업이 고사직전에 몰려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LG전자가 일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본보는 지난 1년여간 맥스폰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 결과 LG전자 내부에 위기의 원인이 있음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의혹투성이인 기술력과 더불어 질 낮은 서비스 등이 LG전자 휴대전화 사업 전체를 절벽으로 밀고 있었다.
직∙간접적 경험을 통한 LG전자 휴대전화 사업의 현주소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보는 이에 따라 LG전자를 '삼성전자'나 '팬택'으로 바꿔 달아도 무방하다. LG전자 제품이 '재수없게' 걸려 들었을 뿐이라는 판단이다. <편집자주>
◆ 1조 유상증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주부 박모(서울 동작구)씨는 지난해 10월, 6년 넘게 써온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전화를 LG전자 '맥스폰'으로 교체했다. 아들 김모씨가 좋은 휴대전화 쓰시라며 선물했던 것. 기기노후 탓인지 통화가 자주 끊기고 배터리 대기시간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사용상 제약이 많았던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박씨는 LG전자 휴대전화가 생소했다. 직장생활을 겸했던 지난 15년여간 삼성전자 휴대전화만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익숙한 삼성전자 제품을 원했던 박씨였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나 기술력은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디자인은 LG전자가 낫다"는 김씨의 말에 그냥 믿고 써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버튼식'이 아닌 '화면터치방식'은 박씨의 흥미를 낳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구입 후 약 2달 정도가 지났을 무렵. 갑자기 화면이 멈추는 결함이 발생됐다. 어떤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배터리 쪽이 뜨끈뜨끈해졌다. 혹시나 폭발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박씨는 다급히 배터리를 분리했다.
배터리가 어느 정도 식었을 무렵 박씨는 천천히 배터리를 재결합했다. 다행히 휴대전화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이후 화면이 멈추는 빈도는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기기를 다루지 못해 그러는가 싶어 아들 김씨에게 이를 알렸다. 김씨는 제품결함인 것 같다며 이상증상이 발생됐을 때를 포착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이후 박씨는 김씨의 권유대로 주거지에서 가까운 LG전자 A/S센터(관악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제품을 살펴본 A/S센터 직원 A씨는 "일시적인 증상이다.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나면 괜찮다"고 안내했다.
수리가 완료된 이후 제품을 받아 든 박씨는 집으로 돌아왔으나 이튿날 같은 증상이 또 재발했다. 2~3일에 한번, 혹은 최소 일주일에 한번은 배터리를 빼고 기다렸다가 다시 전원을 켜는 번거로움을 반복해야 했다. 아들이 선물했다는 의미도 녹아있어 박씨는 그렇게 혼자 몇 개월 간 끙끙 앓았다.
1차 수리 후 약 5개월 뒤, 김씨는 자신이 운전하던 차량 안에서 박씨의 휴대전화가 오작동을 일으킨 정황을 포착했다. 김씨는 이번에도 동영상으로 '물증'을 남겼다. "동일증상이 3회 반복돼야 기기변경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수리를 받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김씨의 말해 박씨는 LG전자 A/S센터를 재차 방문했다.
◆ "아들의 선물이니…" 배터리 분해 결합 수개월
A씨는 "중요부품을 교체하고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면 된다. 새 제품으로 교환되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며 박씨를 설득시켰다. 박씨는 "다음에 또 고장 나면 3회째다. 그때는 환불을 받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물론이다. 동일 결함증상 3회 반복은 환불사유가 된다"고 안내했다.
구입한 지 약 7개월여 만에 공식적으로 A/S센터를 찾은 것만 벌써 2번째. 비공식적으로 일어난 기기오작동 사례까지 합하면 정상적으로 사용한 일수가 손에 꼽힐 정도라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부품을 교체해서인지 다행스럽게도 화면 멈춤이나 발열과 같은 이상증상은 없었다. 박씨는 그제서야 어느 정도 안심을 하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달 들어서만 수 차례 똑 같은 증상이 재발됐던 것이다.
A/S센터를 찾은 박씨에게 A씨는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구입한지 1년이 지나 교환이나 제품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발뺌' 이었다. 동시에 박씨는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켰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