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파운드 여궁사 역전패 선수도 감독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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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파운드 여궁사 역전패 선수도 감독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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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9월 08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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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흘리는 석지현
8일 울산문수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컴파운드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아 사실상 금메달을 헌납한 한국 대표 석지현(가운데)이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권오향, 왼쪽은 서정희.

한국 여자 컴파운드(양 끝에 도르래가 달린 활) 양궁 대표팀의 선수도 울었고, 이들의 등을 두드리는 감독도 울었다.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은 8일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에서 계속된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 단체전 결승에서 세계 최강 러시아에 209-215로 아쉽게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등록선수 19명이라는 척박한 상황에서 은메달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만, 줄곧 앞서가다 역전패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경험 부족 탓에 나온 결정적 실수가 뼈아팠다. 3엔드 첫 번째 선수로 나선 서정희(청원군청)가 6점을 쏜 뒤 두 번째 선수인 석지현(한국체대)이 발사선에 섰지만 이들 뒤에 서있던 심판이 갑자기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정희가 화살을 쏜 뒤 나머지 두 선수가 기다리는 지역으로 완전히 넘어오기 전에 석지현이 이 지역을 벗어나 발사선에 서면서 규정을 어겼다.

석지현은 이후 서정희가 완전히 대기지역으로 들어온 뒤 발사선에 섰다. 그러나 심판은 또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대기지역으로 들어올 때에는 화살을 활에서 빼 전통에 넣은 상태여야 한다는 규칙을 어긴 것이었다.

석지현은 그러나 심판의 지적을 이해하지 못한 채 화살을 활에 꽂은 채로 두 어차례 더 대기 지역과 발사 지역을 오르내린 뒤에야 겨우 화살을 빼고 발사선에 섰다. 그러나 이미 20여초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 때문에 3엔드 12발째를 쏘는 마지막 선수로 나선 권오향(울산남구청)은 발사 제한시간(120초)이 2초가 남았을 때에야 활 시위를 당길 수 있었고, 결국 조준도 못한 채 날린 화살은 과녁을 벗어나 0점 처리됐다.

경기가 끝나고 석지현은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펑펑 울었다. 서정희와 권오향은 막내 석지현의 등을 두드리며 "울지마, 울지마"를 외쳤지만 두 사람의 눈에서도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권오향은 인터뷰에서 "이길 수 있었는데 경험이 없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많이 아쉽다"라면서 "팀에서 많이 도와주셨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컴파운드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열악한 현실에서도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처음 구성된 대표팀을 이끌고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일궈낸 신현종 감독도 "정말 다 된 건데 너무나 아쉽다"라며 말문을 연 뒤 "지현이에게 다섯 번이나 `뒤로 나와'라고 소리쳤지만 듣지 못했다. 아마 이런 긴장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신 감독은 "죄송하다"면서도 "이렇게 적은 선수를 가지고도 이 정도 결과를 낸 걸 보면 컴파운드도 세계 정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봤다. 조금만 더 지원해주면 다음 번에는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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