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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흘리는 석지현
8일 울산문수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컴파운드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아 사실상 금메달을 헌납한 한국 대표 석지현(가운데)이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권오향, 왼쪽은 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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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컴파운드(양 끝에 도르래가 달린 활) 양궁 대표팀의 선수도 울었고, 이들의 등을 두드리는 감독도 울었다.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은 8일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에서 계속된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 단체전 결승에서 세계 최강 러시아에 209-215로 아쉽게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등록선수 19명이라는 척박한 상황에서 은메달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만, 줄곧 앞서가다 역전패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경험 부족 탓에 나온 결정적 실수가 뼈아팠다. 3엔드 첫 번째 선수로 나선 서정희(청원군청)가 6점을 쏜 뒤 두 번째 선수인 석지현(한국체대)이 발사선에 섰지만 이들 뒤에 서있던 심판이 갑자기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정희가 화살을 쏜 뒤 나머지 두 선수가 기다리는 지역으로 완전히 넘어오기 전에 석지현이 이 지역을 벗어나 발사선에 서면서 규정을 어겼다.
석지현은 이후 서정희가 완전히 대기지역으로 들어온 뒤 발사선에 섰다. 그러나 심판은 또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대기지역으로 들어올 때에는 화살을 활에서 빼 전통에 넣은 상태여야 한다는 규칙을 어긴 것이었다.
석지현은 그러나 심판의 지적을 이해하지 못한 채 화살을 활에 꽂은 채로 두 어차례 더 대기 지역과 발사 지역을 오르내린 뒤에야 겨우 화살을 빼고 발사선에 섰다. 그러나 이미 20여초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 때문에 3엔드 12발째를 쏘는 마지막 선수로 나선 권오향(울산남구청)은 발사 제한시간(120초)이 2초가 남았을 때에야 활 시위를 당길 수 있었고, 결국 조준도 못한 채 날린 화살은 과녁을 벗어나 0점 처리됐다.
경기가 끝나고 석지현은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펑펑 울었다. 서정희와 권오향은 막내 석지현의 등을 두드리며 "울지마, 울지마"를 외쳤지만 두 사람의 눈에서도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권오향은 인터뷰에서 "이길 수 있었는데 경험이 없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많이 아쉽다"라면서 "팀에서 많이 도와주셨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컴파운드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열악한 현실에서도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처음 구성된 대표팀을 이끌고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일궈낸 신현종 감독도 "정말 다 된 건데 너무나 아쉽다"라며 말문을 연 뒤 "지현이에게 다섯 번이나 `뒤로 나와'라고 소리쳤지만 듣지 못했다. 아마 이런 긴장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신 감독은 "죄송하다"면서도 "이렇게 적은 선수를 가지고도 이 정도 결과를 낸 걸 보면 컴파운드도 세계 정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봤다. 조금만 더 지원해주면 다음 번에는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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