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김영사 / 1만4000원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풀꽃 시인'으로 불리는 나태주 시인이 등단 54년 만에 첫 산문시집을 선보였다. 이 책은 시인이 직접 써온 시집들에서 산문시만을 추려 모은 특별한 시집이다. 인생의 굴곡과 사유의 깊이를 조용히 되짚는 123편의 글이 담겨 있다.
이번 산문시집은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부터 2023년의 '좋은 날 하자', 아직 출간되지 않은 제54시집 '낙수시집'까지 총 54권의 시집 중 산문 형식으로 구성된 시편을 골라 엮은 것이다. 문장은 산문이지만, 시인의 감성은 여전히 시어처럼 다정하고 맑게 흘러든다.
책에서 시인은 "한들한들" 살지 못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될수록 덜 후회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법을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때로는 무릎이 떨리는 나이, 흔들리는 자신, 작고 낮은 풀꽃에까지 눈길을 주며 일상 속 깨달음을 길어 올린다.
표제작이자 시집 제목이기도 한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에서는 삶의 허기진 순간들을 흰죽처럼 따스하게 감싸는 시인의 시선이 묻어난다. 특별하지 않아도 소중한 오늘, "이렇게 떨리지 않는 다리로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오늘"에 감사하며 살아가자는 그의 말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물론, 인생의 잠시 멈춤이 필요한 독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산문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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