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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은정 기자] 서울 동작구에서 PC방을 운영중인 A씨는 그야말로 '죽을맛'이다. 불황과 물가상승의 영향으로 가게 운영비용이 상승했지만 찾는 손님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 난립한 영향도 작용했다.
A씨의 숨통을 조인 소식은 따로 있었다. 정부가 올 6월부터 PC방 영업장 전체를 흡연금지 구역으로 설정한다는 계획이었다. 손님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 A씨는 여윳돈을 털어 만든 흡연구역이 무의미해졌다는 생각에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담뱃값에 포함돼 있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비흡연자들을 위한 시설을 구축하는데 단 한 푼이라도 지원을 받았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 담배 20개비당 354원씩… 모두 어디로?
금전적 지원이나 대안이 철저히 배제된 '막가파식' 금연문화가 음식점주나 PC방점주 등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14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넓이 150㎡ 이상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에서 흡연실을 제외한 모든 영업장을 금연구역화했다.
올 6월부터는 PC방 영업장 전체를 흡연금지 구역으로 설정해 단계적 금연정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흡연구역을 통한 흡연이 자취를 감출 것이란 얘기다.
다만 담배 연기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실내와 완전히 차단시키고 환풍기 등 환기시설을 갖춘 사업자에 한해서는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각 업주들은 당장 흡연자를 잡기 위해 흡연실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순수 100% 자기비용을 들여야 한다.
문제는 담뱃값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이 흡연실 설치에 전혀 지원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 20개비당 354원씩의 국민건강증진기금을 걷고 있다.
담배 평균 가격을 2500원으로 설정하면 1갑 당 14% 정도가 건강증진기금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매년 1조6000억원 규모의 기금이 쌓이고 있다.
흡연자들에 대한 비흡연자들의 건강보호가 건강증진기금의 탄생 배경이다. 때문에 흡연실을 새로 구축하거나 개∙보수하는 경우 당연이 해당 기금이 지원돼야 한다는 것이 담배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이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뱃값 2500원 중 1550원이 세금"이라며 "흡연구역 설치나 금연사업 등에 쓰여야 할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비흡연자들의 건강보호가 아닌 국민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는데 쓰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 "흡연실은 영업주들의 필요에 따라 허용해주는 부분"
2006년 이후 금연 관련 사업에 사용되는 건강증진기금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6년 315억200만원었던 금연사업 배정 예산은 지난해 245억9400만원으로 줄었다. 비흡연자들을 위한 각종 인프라 구축에 금전적 지원이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흡연실은 영업주들의 필요에 따라 허용해주는 부분"이라며 "그런 것까지 정부에서 지원해주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재원이 마련된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흡연실 설치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업주들은 세금을 내면서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데다 생계마저 위협받는 이중∙삼중과세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관계자는 "협회에서 벌이고 있는 흡연실 설치사업은 실외설치라고 해도 최소 3000만원 이상 고비용이 든다"며 "흡연자들이 담뱃값으로 세금(건강증진기금)도 많이 내는 만큼 일정 정도 (사업주들에 대한) 지원은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