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조감도.[가덕도 신공항 사업단]](/news/photo/202505/648985_565660_5643.jpeg)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의 수주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 추진 사업의 입찰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공사비 현실화 마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침체된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가 추진되고 있으나, 사업자 선정부터 난항이 이어지며 정작 예산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공사비 현실화를 비롯해 사업 참여기준 완화가 요구되고 있는 이유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3월 건설 수주 현황'에 따르면 1분기 공공 수주는 9조1000억원으로 전년(12조9000만원)보다 29.4% 감소했다. 공공 수주는 지난 2023년 3분기 9조1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10조원 이하를 기록하면서 건설경기 부양에 좀처럼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분기 민간부문은 재개발·재건축,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상승세를 보인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처럼 공공 수주액이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배경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목 부문에서의 일감이 풀리지 않았기 떄문이다.
실제 토목 부문의 경우 지난해 9조2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44.6% 줄어들었다. 업계에선 SOC 사업 예산 집행이 적재 적소에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정부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조기발주를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현장에선 이러한 의지가 반영되지 않고 있어서다.
조달청이 3월과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의뢰받아 집행한 시설공사 발주 물량은 8건에 머물렀고, 기타 공공기관이 의뢰한 물량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6월 조기대선을 앞두고 공기업들이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영향이다.
이와 더불어 건설사들은 공사비 현실화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SOC 예산 집행의 걸림돌이라고 설명한다. 공공공사의 경우 공사비는 적은 반면, 공사 난이도가 높아 사업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입찰조건 역시 민간 공사와 비교해 까다로운 점도 건설사들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부문 사업의 경우 주택 부문을 제외한 토목공사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선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나서는 것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면서 "시공 역량은 제한적인데 공사 난이도가 높고 공사기한이 짧고, 단가 역시 최근 급증한 원가반영이 안된 경우도 많아 입찰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는 1조 4000억원 규모 용인 첨단반도체 클러스터 시공사 선정 역시 이러한 이유로 난항을 겪고 있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1공구 조성 공사는 일대 최대 개발 공사로 일찌감치 흥행이 예상된 프로젝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지난달 진행된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GS건설·대보건설·금호건설·강산건설 등)과 대우건설 컨소시엄(남광토건·극동건설·태영건설·중흥토건 등)이 참여했으나, LH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기준 미충족을 들어 배제한 것이다. LH는 최근 10년간 단지 조성 공사 실적 1조 3836억원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대우건설이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통상 민간과 공공 모두 시공사 계약을 위해선 경쟁입찰 조건이 성립돼야 하는데,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탈락으로 단독입찰 형태를 띠게 되며 2차 입찰을 진행하게 됐다.
게다가, 2차 입찰 역시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단독 응찰이 예상되면서 결국 수의계약으로 가닥이 잡힐 모양새다. 그렇게 되면 입찰 과정을 한 차례 더 거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공사가 늦어지면서 예산집행 또한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앞서 진행된 가덕도 신공항 공사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유찰을 이어가고 있는 케이스다.
정부는 당초 가덕도 신공항을 부산 엑스포 유치에 맞춰 2029년 개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부산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가운데, 공사의 난이도 문제 등으로 인해 사실상 조기개항이 불가능해 졌다.
공사 자체의 난이도가 높은 데다,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 입찰을 제한한 높은 기준 때문에 건설사들의 경쟁 입찰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차례 유찰과 응찰 기준 수정을 거친 끝에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지만, 이후 양 측이 공사기간을 놓고 대립하면서 결국 수의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은 108개월을 제시한 반면, 정부는 84개월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수의계약 해지를 통해 재입찰 공고를 선언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시공사 선정 작업은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가 평가한 공사 적정성과 시공사의 평가의 차이가 큰 가운데, 공사비 역시 현실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공사가 안정적인 자금조달이라는 장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공사비 현실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수익성에 물음표가 붙는 사업으로 전락했다"면서 "정부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 위한 사전작업부터 체크리스트가 많은 데다, 입찰 이후에도 의견차이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건설사들이 공공 프로젝트 입찰을 망설이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