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령의 극약처방] '과하지 않다'는 고려은단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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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령의 극약처방] '과하지 않다'는 고려은단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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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한때 국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던 고려은단이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자사 제품 '멀티 비타민 올인원'에 표시된 요오드 성분 함량이 실제 검출 수치와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회수 대상이 된 '멀티 비타민 올인원 60정' 제품은 포장 박스에 요오드 함량이 60μg으로 표기돼 있었지만 분석 결과 실제 함량은 무려 2배가 넘는 129.7μg에 달했다.

요오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장하는 1일 섭취량이 150μg 미만, 상한 섭취량은 2400μg에 이르는 성분이다. 1일 기준만 보면 당장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건기식 기준 허용 오차(80~150%)를 벗어난 수치다. 결국 해당 제품은 '부적합' 판정을 받고 회수 조치 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품 회수 소식이 전해진 뒤 소비자들은 각자 구매했던 포장 박스를 확인 후 소비자 리뷰와 커뮤니티를 통해 더 큰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요오드 60μg' 외에도 '120μg', '180μg'으로 표기된 동일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제품 성분이 제각각임에도 제조사인 고려은단은 성분 변경 시점이나 사유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더욱 큰 혼란을 느낀 이유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 정보'가 사전 고지 없이 변경됐다는 점은 단순한 표시 실수를 넘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다. 더욱이 요오드는 해조류 섭취가 많은 한국 식생활 특성상 과잉 섭취 우려가 높은 성분이다. 고함량 제품을 매일 복용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갑상선 기능 저하 등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고려은단은 단순한 해명에 그쳤다.

실제로 고려은단은 지난 24일 공식 입장에 "검출된 수치는 식약처 권장량(150㎍)을 넘지 않아 건강에 위해를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작 소비자가 가장 우려하는 '함량 변경'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책임감을 느낀다"는 상투적인 표현만 남길 뿐, 성분 변경 시점이나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려은단이 간과한 것은 '하루치 수치'로 건강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기식은 하루 한 알,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보조제가 아닌 소비자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장기적으로 섭취하는 제품이다. 표시된 성분이 매번 달라지거나 변경 사실조차 안내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자신이 어떤 성분을, 얼마나 섭취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처럼 정보가 불완전한 상태에서의 장기 복용은 소비자 건강에 누적된 위험으로 작용한다. 

정확한 정보 제공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전제 조건이다. 표시된 성분과 실제 성분이 다를 경우 기업은 그 차이에 대해 설명할 책임이 있다. 이는 단순한 도의적 문제를 넘어 법적·윤리적으로 무겁게 다뤄져야 할 의무다.

고려은단은 이번 사태를 단순 해명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제품별 함량 차이가 왜 발생했는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변경됐는지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한 품질관리 강화 방안'과 투명한 정보 제공 계획도 제시해야 한다. 기업의 명확한 설명과 변화 의지 없이 소비자의 불신은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과하지 않다'는 고려은단의 착각이 소비자의 건강에 '과한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건기식은 이름 그대로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식품이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숫자가 아닌 소비자의 삶 전체를 고려하는 신뢰와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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