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의 콘크리트] 철강기업의 잇단 해외투자,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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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의 콘크리트] 철강기업의 잇단 해외투자,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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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최근 철강기업들의 굵직한 투자소식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의 시작과 함께 철강제품 관련 관세 25% 부과가 확정되면서 철강기업들에겐 시련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철강제품 수요 부족으로 실적이 곤두박질 친 가운데 이러한 미국의 조치는 철강기업들에게 반가운 상황이 절대 아니다.

낮아진 국내 수요, 낮은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제품들의 무분별한 유입 등으로 위기를 맞은 철강기업들은 미국 투자라는 비장의 카드를 내세워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대규모 제철소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국내 철강기업들의 국내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국내 기업인 최초로 지난달 백악관에 초청받아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31조원에 달하는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꽤나 큰 뉴스였다.

정 회장의 이런 행보는 미국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경쟁력 강화를 선언함과 동시에, 철강업의 중심을 국내에서 해외로 옮겨가겠다는 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이지애나주 제철소는 연간 27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이곳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생산공장 납품량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 외 북미에 진출한 다른 완성차기업에도 납품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생산량이다.

이 공장은 미국을 거점삼아 중남미 등 다양한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강력한 메세지인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 공장에 국내 철강업계 1위 포스코가 투자를 밝혔다는 것이다. 두 그룹은 철강 분야에서 신규 제철소 건설 합작 외에 탄소 저감 철강 생산을 위한 효과적 탄소 중립 전환에도 협력하기로 하며 동맹관계를 맺었다.

동종업계 1, 2위 기업들의 이러한 긴밀한 협력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만큼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동이 중단된 현대제철 인천 공장.[연합]
가동이 중단된 현대제철 인천 공장.[연합]

이 밖에도 동국제강그룹은 이달 들어 미국 휴스톤에 오피스를 개설하고 현지 거점을 늘리기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 철강기업들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것은 회사 입장에선 새로운 시장 확보를 통한 위기극복이라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국내 경제에는 그다지 긍정적인 행보는 아니다.

기업들이 국내 공장의 가동을 축소하게 되면 일자리 감소와 그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 등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미 철강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미 창사이래 처음으로 인천 공장 가동을 멈춰세웠다. 이 외에도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등 인력감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단조 자회사 현대IFC를 매각 중이라는 설이 돌면서 빠르게 국내 시장에서의 몸집을 줄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동국제강과 대한제강 역시 4월 출하 중단을 검토하거나 감산을 시행하는 등 국내 사업 축소가 지속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허리띠 졸라메기가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 전반에도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 공장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면, 제조업의 기반은 약화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업계에서 우려하던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이 더 빠르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수출상품 중 하나인 철강업의 기반이 해외로 모두 빠져나간다면,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산업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한 업계와 정부의 고민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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