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news/photo/202504/642911_559142_3814.png)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통화정책방향을 열고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불허 관세 정책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심화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가계대출 상승세가 잦아들지 않자 '숨 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2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올해 2월에도 금리를 한 차례 내렸다가 전월에 이어 이날 열린 통방에서도 금리 인하를 멈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미국발 관세 충격이 통화정책에 미친 영향과 관련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며 "불확실성이 전례없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한은 금통위 통방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과 다음 달 예정된 금리 향방에 대해 언급했다.
Q. 올해 성장률 1.5% 하회 가능성에 이어 1분기 역성장까지 언급됐는데 2월 통방에서 언급했던 1~2회의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한건지?
==금통위에서 소수 의견이 있었습니다. 동결 의견을 내신 5명은 성장과 물가를 봤을 때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통화 정책이 이미 금리 인하 기조에 있고 여러 가지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금융 안정, 자본 유출 등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지켜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전날 캐나다 중앙은행도 금리를 고정했는데, 비슷한 이유로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미중 관세 분쟁이 격화되면 우리나라에 어떤 식으로 파급이 될 거라고 보는지?
==전 세계적으로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관세 효과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1분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오래돼 성장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Q.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지면 우리나라 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이 걸리는지?
==연준의 인하 속도는 미국의 경기에 관한 인플레이션 효과에 따라서 속도가 결정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저희가 미국과 기계적으로 금리 차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된다는 것은 없으며, 2023년 이후에는 미국 금리 정책과 상당 폭 디커플링(탈동조화)돼 왔습니다.
Q. 총재님은 지난 2월 15조~20조원 정도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현재 12조원 추경이 논의되고 있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부지출승수는 0.4~0.5 정도가 되는게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적용하면 12조원 추경시 한 0.1%포인트 정도 경제를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최근 달러인덱스하고 달러원 환율이 디커플링 되거나 위안화가 무역 분쟁 와중에서 따로 갈 경우에 대한 우려 등이 제기되는데?
==무역 구조는 대부분 수입은 중국에서 하고 있고 수출은 미국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환율의 변화를 보면 달러만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아니고 미국과 중국 간의 전선이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서 원화가 많이 변화하는 그런 양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변동성이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news/photo/202504/642911_559143_3850.jpeg)
Q. 새 정권의 재정 정책에 따라 통화 강도나 속도를 어떻게 가져갈 건지?
==경기 악화 시엔 통화 정책이나 재정 정책 둘 중 하나만 가지고 대응하긴 어렵고 양쪽이 어느 정도 공조를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장률이 낮아졌을 때 부양책을 통해서 경제 성장을 올려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세계가 성장률이 낮아지고 무역이 안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혼자서만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가긴 어렵다고 봅니다.
Q. 2월 금통위 당시 연내에 2~3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했는데, 미국 관세 정책 이후로 연내 3번을 초과한 상황이 된 것인지?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것은 2월 인하도 포함한 것이고 이제 두 차례가 더 남았습니다. 그것보다 더 낮출 가능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5월달 경제 전망에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5월 금통위가 대선 직전인데 금리 인하 신호를 명확하게 주는 게 불필요한 논란이나 오해를 줄이는 게 아닌지?
==한은은 정치적으로는 중립적입니다. 정치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 데이터만 보고 결정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5월 인하 가능성이 크다라는 건 당연히 금통위원 6명이 모두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으니 과거보다는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Q. 유로화나 엔화와 달리 원화가 절하되며 더딘 부분이 보이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정국 불안과 함께 중국과의 교역 관계에 더 많이 연결돼 있고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로써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게 사실입니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좀 안정이 되면 더 내려올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Q. 신성환 금통위원이 물가 상태를 보면 큰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빅컷도 가능할 수 있는지?
==신 위원은 현재 우리가 1분기의 경기 하강 속도와 관세 영향들을 보면 5월 성장을 전망할 때 생각보다 많이 나빠질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좀 더 빠르게 금리를 낮추려는 측면에서 큰 폭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창용 총재는 국내외에서 모두 인정받은 엘리트 경제·금융 전문가다. 그는 1960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조교수, 세계은행 객원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관료로 중용된 뒤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제27대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돼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