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돼버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예상을 벗어나 대부분 상승 마감했다.
증권가에선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판매에 특별 허가가 필요하고 그 기한을 '무기한'으로 통보하면서 향후 반도체 기업들의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장 마감 기준 반도체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00원(0.73%) 오른 5만5100원에,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1000원(0.57%) 상승한 1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외에도 반도체 소부장 기업인 테크윙과 피에스케이홀딩스도 각각 6.96%, 1.18% 올라 장 마감했다.
금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깜짝 반등 마감했다. 간밤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동반 폭락하면서 하락 마감이 예상됐지만 장 마감이 가까워지면서 일제히 상승 전환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99.57포인트(1.73%) 하락한 39,669.39에 장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전장보다 120.91포인트(2.24%) 내린 5,275.7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의 경우 전 거래일보다 516.01포인트(3.07%) 급락한 16,307.16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K-반도체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인공지능(AI)주 매도세가 이어졌다. AMD(7.35%), ASML(7.06%), 엔비디아(6.87%), TSMC(4.68%)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와 파월 연준 의장의 '시장 개입 의사 없다'라는 발언 등 파월 풋 기대감 소멸 등의 요인으로 주요 기술주 및 반도체주가 급락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주는 이날 선방했지만, 미·중 간 반도체 갈등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전망은 흐릴 것으로 보인다.
상호 관세 90일 유예 발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와는 협상에 착수했지만, 중국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관세 전쟁이 심화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H20 칩 등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판매에 특별 허가가 필요하고 그 기한을 '무기한'으로 통보하면서 업종 부진이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로부터 H20 칩을 중국으로 수출하려면 특별 허가(라이선스)가 필요하다는 통지를 받았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군사적 목적 이용과 대중국 수출 규제에 따른 조치다.
증권가에선 미·중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관세 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K-반도체의 부진은 당분간 지속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수출 산업인데 현재 업황이 좋지 않다"라면서 "엔비디아의 H20 칩 등 대중 반도체 수출제한 조치는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와는 별개의 이슈로 바라보면서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25% 관세를 언급한 바 추후 관세 부과 가능성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한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제품별 개별 관세가 부과될 한국업체에 대한 상대적 불이익 정도는 해외 경쟁사와 큰 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타격은 불가피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사의 타격도 크겠지만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