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나라가 아주 어지럽다. 산불에 땅 꺼짐, 돌아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불확실성 지속, 홈플러스 사태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이 중 기자는 유독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에 눈길이 간다.
삼부토건은 현재 동전주가 됐다. 25일 장마감 기준 전 거래일보다 33원(7.97%) 하락한 381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간을 되돌려 2023년으로 돌아가면 삼부토건 주가는 1000원 초반대를 유지하다가 5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가격 제한폭까지 연이틀 오르며 주가가 치솟기 시작한다. 2023년 7월 17일 종가 기준 5010원까지 오른 주가는 다음 날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해 이후부터는 절망의 그래프를 그린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던 것일까. 삼부토건은 2023년 5월 일명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주목받으며 상승하기 시작했고 그 시작은 2023년 5월 15일이다.
당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단톡방에 "삼부 내일 체크하고"란 글을 남겼고 하루가 채 되기도 전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젤렌스카 여사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다음 날 젤렌스카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접견·환담이 이뤄졌다. 같은 달 21일엔 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22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가했고 이 자리에 삼부토건 관계자가 함께했다.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리기 바빴고, 정상에 도달했던 시점(7월 15일)엔 어떤 이벤트가 있었나 돌아보니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날이었다. 그동안 주가는 5배가량 올랐다.
주가 조작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민주당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은 어떤 조치도 없었다. 제동 없이 주가가 치솟던 시점부터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거래소가 심리 착수 후 결과가 금감원에 넘어간 시기가 작년 9월이다. 일주일 전 이복현 금감원장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생각한다며 임기 내 최대한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니 6개월의 시간이 더 흘렀다.
조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켜봐야겠지만, 2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간은 이 사건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킨다고 생각한다.
'못 잡았던 것일까 아니면 안 잡았던 것일까'라는 누구의 말에 묘하게 스며든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될 때 금융당국과 관계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조사가 이뤄졌으면 어땠을까.
이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주요 인물이기도 하지 않은가. 이해관계자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 원장의 발언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문자로 기록돼 왔고 발전을 거듭하며 이젠 사진과 영상이 압축해 상황을 말한다. 관련 글, 사진도 영상도 남아 있다.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이르핀시와 공동 재건사업 프로젝트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계획에 참여했다는 기사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 당시 삼부토건은 재정적으로 손실이 컸기에 우크라이나 재건에 참여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누군가의 설계에 빈 깡통을 채워준 꼴이 되고 말았다.
이 원장에 따르면 일부 이해관계자가 100억 원대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다. 100억 이상이라 생각하며 5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300원대가 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이득을 볼 때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린다. 또 누군가에겐 평생을 모은 돈이 될 수 있는 만큼 사람의 삶을 망칠 수도 있다. 투자는 본인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건 아니다.
'사기 공화국' 인터넷을 떠돌다 보면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한국의 또 다른 지칭. 처벌이 약하다 보니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이고 또 공평해야지 않겠는가. 관련자들이 엄벌에 처해지는 모습이 신문 1면에 그려지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