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김광일 MBK파트너스(이하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기자간담회에 이어 국회 현안질의 자리에서도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변명으로 일관했다.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를 법정관리 위기에 몰아넣고는 책임은 '남의 몫'이라며 발 빼는 모습만 되풀이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4일 기업회생절차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현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회사의 확고한 정상화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경영진이 직접 참석하는 만큼 보도자료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 예상했으나, 현장에 참석하고 보니 그 기대감은 완전히 무너졌다.
"죄송하다"며 고개 숙이는 것으로 사과는 끝났다. 이어진 기자들의 질의에도 더 이상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채 고고한 자세로 일관했다.
김 부회장은 MBK 인사로 구성된 홈플러스 경영진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모두 전문적인 경영진"이라고 주장하며 문제를 부인했다. 인수 후 알짜 점포를 매각해 경쟁력을 약화시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경쟁사보다 문 닫은 매장이 적다"고 응수했다.
오히려 김 부회장은 "회생절차는 주주가 가장 크게 희생하는 절차", "MBK가 홈플러스로부터 1년간 받은 건 0원"이라며 MBK가 '피해자'인 것처럼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그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MBK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서도 이같은 태도를 유지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홈플러스가 2월 28일 신용등급 하락 공시 이후 3월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수시간 만에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고 개시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정상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이에 김 부회장은 "그렇지 않다. 신용등급 하락 이후 연휴 기간에 준비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수십 가지에 달해 며칠 만에 준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준비했다는 기간은 주말과 대체공휴일이 포함된 연휴 기간인 만큼 공적서류 발급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생법원 판사 출신 의원도 "말이 안 된다. 통상 준비 기간만 2~3개월"이라고 지적하고 나섰지만, 김 부회장은 이같은 입장만 반복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기업의 신용등급이 무려 6단계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이번 'A3-' 등급 강등에 대해서는 "(등급이) 떨어질 줄 몰랐다"며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둘러댔다.
우수 점포 매각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이후 적자 상황이라 점포를 매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 상황에서 부실 점포가 아닌 매출 기여도가 높은 알짜 점포를 매각했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 약속과 관련해 시기·규모 등 구체적 계획을 묻자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김 부회장에게는 기자간담회와 국회 현안질의까지 '진심'을 전할 공식적인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자기 변명'과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나머지 진심 어린 사과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전인수 격으로 피해자 행세까지 했다.
MBK는 피해자가 아니다. 기업 인수 후 투자 없이 단기적 이익만 취하는 '기업사냥꾼'식 경영으로 인해 홈플러스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장본인'이다.
김 부회장에게서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김병주 MBK 회장이 직접 나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사태 해결을 약속해야 한다. MBK라는 사명도 자신의 이름 '마이클 병주 김'에서 따오지 않았나.
이제는 '도피성 출장'을 멈추고 직접 나와 책임 있게 맞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