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정상화 계획 마련해야"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는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소상공인 결제 대금 문제를 해소하고자 사재를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홈플러스의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선 김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를 MBK 경영 실패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우선 구제해 당장의 사회적 비난을 모면하려는 의도로 본다.
하지만 '홈플러스 정상화'라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 회장은 대중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MBK의 보도자료 형식으로 사재 출연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구체적인 출연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에만 당장 1조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 필요하다는 추정이 나온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순운전자본은 -8천753억원이다.

여기에 이번 법정관리 사태 여파로 대·중소기업 협력사들이 빠른 정산 혹은 선정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운전자본 운용이 훨씬 더 빠듯해질 수 있다.
홈플러스 재무·영업 정상화의 첫 단추인 순운전자본을 플러스(+)로 돌려놓기 위한 8천억원대 자금은 '필요 최소한의' 액수인 셈이다.
여기에 단기 채무 상환을 위한 추가 유동성 공급도 필수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잔액은 5천949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게 2천75억원(676건)이다.
종합하면, 홈플러스의 전반적인 재무 구조 개선과 유동성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최소 자금만도 1조5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물론 이는 MBK의 설명대로 홈플러스가 법정관리 아래 매달 돌아오는 상거래채권과 점포 임차료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매출을 지속적으로 거둔다는 시나리오에 기반한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소상공인 정산금만 해결해주겠다는 것은 당장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는 요행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홈플러스 정상화라는 청사진 아래 구체적인 자금 출연 계획과 액수를 공개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홈플러스 김광일 부회장(왼쪽)과 조주연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입장 발표에 앞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