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어린 시절의 기억은 유독 짙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5일 오전 10시 33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는 속보를 보자마자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분노하며 베르사유로 몰려간 혁명대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다. 사람들은 머리를 숙이면서도 왕비다운 앙투아네트의 의연함에 멈칫했지만 그녀의 속은 달랐다.
"난 인정 못 해 혁명 따윈 절대로"
대사와 부각되는 섬뜩한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섬뜩한 것은 현실이다. 고개라도 숙였던 왕비와 달리 윤 대통령은 더 당당한 얼굴로 나타나 국민에게 인사를 건넸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몇 초 동안 어느 영화 속 세상처럼 시간이 멈춘 듯했다. 계엄령 선포 사태 이후 끙끙 앓았던 것은 그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금융을 다루는 기자니 이 분야로만 들여다보면 계엄령 사태 이후 우리나라 금융 시장은 직격탄을 맞고 꽁꽁 얼어붙었다.
원화 가치는 추락하기 시작했고 작년 연말 기준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바닥을 기었으며, 증권시장도 기관 매수로 어떻게든 시장을 지탱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코스피 2400선이 무너진 채 한 해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연초만 하더라도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한국거래소 개장식에 참석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결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이었다. 한국 증시 살려보자고 앞장서 목소리를 내었던 그인데 제 손으로 시장을 무너뜨렸다.
앞날은 더 깜깜하다. 환율은 최상단 1500원 안팎을, 코스피 밴드는 2100~3000p까지 내다보고 있다. 최하단과 최상단 값에 놀라기도 하지만 폭 넓게 본다는 것은 그만큼 전망하기도 힘든 수준이라는 말은 아닐까.
물가도 보자. 주유소를 들를 때마다 오늘이 가장 싸다. 주유소뿐만 아니라 식사 비용 등 모든 게 내일이면 비싸지는 느낌이다. 서울 여의도에서는 1만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현 상황을 수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해소해 주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시간 끌기 밖에 없고 다시 자리를 되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임을 본인도 알 것이다.
시간을 끌수록 나라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고 자영업자 등 국민의 고통도 더 커질 것이다.
천하를 호령했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로는 누구나 잘 알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진행 중인 윤 대통령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은 오는 21일 열린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1793년 1월 21일 루이 16세는 최후를 맞았다.
한마디 하고 싶다. "당신에게 시간은 약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