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올해 주요 건설사 CEO들은 연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작업장 안전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고, 연말이 다가오면서는 금리인상에 따른 원자재 가격상승과 부동산 시장 냉각기를 헤쳐나가야 했다. 아울러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중단으로 인한 후폭풍으로 유동성 위기까지 겪으면서 '책임론'의 한가운데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된 CEO도 나왔다. 정기인사철이 다가오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CEO들의 기상도를 살펴본다.
당초 국내 대형 건설사 중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CEO는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이었다.
◆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호실적에도 PF 중단 직격탄에 중도하차
이 가운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CEO가 롯데건설에서 나왔다. 하석주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3월 롯데건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2018년 1월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건설업계의 장수 CEO로 입지를 굳혀 왔다. 올 들어서도 정비사업에서 호실적을 거두는 등 선전하는 분위기였지만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남긴 시점에서 조기 사퇴의 용단을 내리면서 마침표를 찍게 됐다.
롯데건설이 최근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원 중단 여파로 계열사들로부터 차입·유상증자 등 긴급 자금 수혈을 받은 상황에 대한 책임을 하 전 대표가 짊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롯데건설의 구원투수로 새롭게 내정된 박현철 대표는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그룹의 요직을 거치며 최근까지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맡아온 '롯데맨'이다.
◆ GS건설, 오너가 영향에 최대 실적으로 큰 변화 없을 것
이제 업계의 관심은 대형 건설사들이 연말 정기인사에 돌입하면서 임기만료 혹은 임기의 3분의 2를 넘긴 CEO들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GS건설은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최대주주의 지위에 있는 허창수 GS건설 대표이사 회장과 임병용 GS건설 각자대표 부회장이 정비사업에서 수주 6조클럽을 돌파했고, 총 누족 수주도 12조원을 넘기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영업이익도 소폭 하락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정비사업 호실적에도 외부환경 악화
이에 건설사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다.
포스코그룹 재무통으로 널리 알려진 한 대표는 지난 2020년 포스코건설 대표로 취임한 뒤 올해로 3년차를 맞았다. 취임 전까지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포스코건설의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 성과를 거둬왔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는 영입이익이 전년 같은기간(1105억원)보다 61.2%나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자재비와 외주비 상승 등으로 인해 플랜트·인프라·건축부문의 수익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대표 취임 후 포스코건설의 정비사업 실적은 상승곡선을 이어가 연임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다만 연임을 가로막을 수 있는 문제는 주택사업이 외부환경 변화로 인해 침체를 맞을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과 해외사업의 부진"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포스코 계열사의 수장 임기가 1년만 보장되는 독특한 구조도 연임 커트라인을 높이는 요소로 적용해 한 대표도 어려운 허들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최다 사망사고·실적 부진 책임론
DL이앤씨의 경우에는 마창민 대표이사가 지난해 취임한 이후 2024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지만 유임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가장 큰 난관은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에서만 4번째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건설사 중 1위다. 아울러 실적 면에서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163억6600만원으로 전년 같은기간(2589억5000만원)보다 55%나 줄어들었다.
이에 마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인적쇄신론이 힘을 얻으면 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