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소녀 강간 폴란스키 30년만에 전격체포

전격 체포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

27일 스위스에서 경찰에 의해 전격 체포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 사진은 지난 2005년 10월 로마에서 한 기자회견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폴란스키 감독은 미국에서 활동하던 중 13세 소녀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1978년 미 당국에 의해 기소됐다. 이번 체포는 미국 측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폴란스키는 폴란드에서 태어났으나 프랑스 국적을 취득, 프랑스에서 체류해왔다.

미성년 소녀와 불법적인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로만 폴란스키(76) 감독을 체포한 스위스와 미국 당국이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고 있다.

사면을 요청하는 프랑스.폴란드와 체포를 요청한 미국, 그를 체포한 스위스의 입장이 각기 달라 국제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佛.폴란드, 美에 사면 요청

폴란드와 프랑스 정부가 미국에 폴란스키 감독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폴란드 PA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폴란드의 라도슬라브 시코르스키 외무장관은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과 유선으로 폴란스키 감독 문제를 논의하고 미국 정부에 공동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부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에게 스위스 당국이 폴란스키 감독을 석방하도록 요청해달라고 탄원할 계획이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폴란스키 감독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사면을 검토해달라고 부탁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프레데릭 미테랑 문화장관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조속한 석방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소설가인 로버트 해리스는 "이 같은 가혹한 행위가 정치적인 동기로부터 시작된 일이 아니라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폴란드 영화제작자협회는 영화제에 사람을 초청해놓고 체포하는 스위스를 이해할 수 없다고 혹평했다.

◇ 美정부, 스위스에 체포 요청

한편 폴란스키 감독 체포는 미국 사법 당국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스앤젤레스(LA) 검찰이 지난주에 미국 법무부에 체포영장을 제출하고 스위스 관계 당국에 협조를 요청했다.

LA 검찰은 폴란스키 감독이 범죄인 송환에 법적으로 대응한다면 미국으로 오는데 2~3개월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위스 사법 당국은 미국이 2005년 이후로 폴란스키를 체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미국 측이 공식적으로 체포를 요청했으며 그의 입국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스위스 사법 당국은 미국 측의 공식 송환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60일 이내에 공식적으로 소환 요청을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는 프랑스와 폴란드, 체포를 요청한 미국, 실제로 체포한 스위스의 입장이 각기 달라 이번 사건이 국제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프랑스와 폴란드가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하면서 스위스 정부가 미국에 그를 송환하는 과정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스위스 외무부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미국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그동안 주요국의 외국 범인 체포에 대한 규정도 느슨히 그는 지금까지 비교적 자유롭게 유럽 지역을 오가며 활동할 수 있었다.

◇ 폴란스키는 누구

천재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폴란스키의 인생사는 어린 시절부터 굴곡의 연속이었다.

프랑스 태생으로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폴란드로 넘어갔다가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유대인 수용소로 잡혀갔다. 간신히 탈출한 그는 낯선 사람의 도움으로 연명했다.

그의 어머니는 아우슈비츠 나치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폴란스키는 폴란드에서 영화를 제작하다 1964년 '물속의 칼'이란 작품으로 오스카상을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여배우 샤론 테이트와 가정을 이뤘지만 아내는 임신 8개월째에 LA에서 살해당했다.

그는 1977년 영화배우 잭 니콜슨의 집에서 13세 여자모델과 불법적인 성관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그녀에게 수면제와 샴페인을 먹였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그는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프랑스로 도망, 30여년에 걸친 도피 생활을 해왔다.

그는 이번 취리히영화제에서 생애 업적을 기리는 공로상을 받으려고 스위스를 방문했다가 26일 체포됐다.

폴란스키는 영화감독이자 배우,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했으며 '로즈메리의 아기(1968)', '차이나타운(1974)', '테스(1979)', '피아니스트(2002)' 등으로 명성을 쌓았다. (연합뉴스)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