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일월드(이하 한일)에서 만든 정수기에서 최근 화재가 발생, 인명을 앗아갈 뻔한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 측은 자사 제품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됐음을 인정한 뒤 피해자와 보상 문제 등 원만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안정성 검증과 관련한 의혹에서 한일은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새벽 녘 정수기 화재, 다행히 인명피해 없어
지난달 말 새벽, 장모 씨는 5년 간 별 탈 없이 사용해 오던 한일정수기(모델명)에서 올라온 불길에 깜짝 놀랐다. 이미 싱크대와 천정으로 불이 옮겨 붙고 있던 터였다.
장 씨는 직후 식구들을 급히 2층으로 대피시키고 물을 받아 불을 끈 뒤 119에 화재신고를 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과 과학수사대 경찰관은 "외부가 불에 녹은 냉장고, 싱크대에 비해 정수기는 내부가 시커멓게 탄 것으로 보아 정수기가 발화점인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 측 서비스 기사는 "정수기에서 화재가 왜 났는지 원인을 알아봐야 될 것 같다"며 "피해보상 문제는 본사와 보험사 직원을 통해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튿날 한일 관계자와 보험회사 직원은 화재현장을 확인 한 후 피해복구 견적서를 장 씨에게 요구 했다. 문제가 된 정수기는 한일 측에서 발화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직접 수거해갔다.
약 일주일 후, 장 씨는 한일 본사로부터 "내부훼손이 심해 원인규명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복구비용 지급과 관련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장 씨는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장 씨는 "신속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해 복구공사비용 443만원을 직접 지불했다"며 "초기 진화에 성공해 인명피해가 없었고, 전체 피해규모 역시 작은데도 불구하고 (한일 측의) 안일한 행동에 화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화재의 원인이 정수기에 있음에도 한일 측이 원인규명을 빌미로 보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적이 장 씨의 판단이다. 주변 가전제품이 외관만 불에 그을린데 비해 정수기는 내부가 전소됐기 때문이다.
장 씨는 "이미 화재가 발생한 뒤라 어쩔 수 없으나 회사(한일) 측이 발 빠르게 대응해주지 않아 아쉽다"며 "사과와 더불어 보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한일 측에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한일 관계자는 "제품이 장기간 사용돼 어떠한 내부부품이 손상, 훼손돼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며 "이유야 어찌됐든 우리 제품으로 인한 사고 발생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과수의 정확한 사실규명과 그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와 원만히 (피해보상과 관련한 제반사항을) 해결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과수는 정수기 내부 온수통에 설치된 장치가 전기적 발열을 일으켜 화재가 발생된 것으로 잠정결론 내렸다.
김남희 기자 boig1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