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23일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 "조원태 대표이사가 선친이 유훈으로 남긴 공동 경영 방식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조 회장이 한진그룹을 운영하는 방식에 있어서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문 발표에 업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경영에 참여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지지를 받고 있어 내년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지 그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별세한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보유분 17.7%는 법정 상속 비율대로 부인 이 고문과 3남매에게 1.5대 1대 1의 비율로 분배됐다.
조 전 회장의 장남 조 회장의 지분은 2.32%에서 6.46%로, 장녀 조 전 부사장은 2.29%에서 6.43%로,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2.27%에서 6.42%로, 이 고문은 0%에서 5.27%로 각각 늘었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식 지분만 따지면 조원태 6.52%, 조현아 6.49%, 조현민 6.47%, 이명희 5.31%다.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균등하게 상속되면서 유족 네 사람의 지분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 이에 이 고문이 세 자녀의 경영권에 대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풀이됐다. 이 고문은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개편 등 경영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은 내년 초 주총을 앞두고 있다.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진다. 만약 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면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고, 이어 사모펀드 KCGI(15.98%), 델타항공(10.0%), 반도건설(6.28%) 등이 한진칼의 주요 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8.93%와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지분 10%를 더하면 총 39% 정도로 조 회장은 이미 연임에 필요한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지지를 포기하고 다른 생각을 품는다면 조 회장의 연임은 미궁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한편 조 전무는 부친 별세 뒤 두 달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의 자발적 복귀에 대해 한진그룹은 조 전무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만큼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와 관련한 질문에 "둘 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며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조 전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남동생의 경영 방식에 제동을 걸면서 공식적으로 갈등이 외부로 표출됐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조 전무 역시 조 전 부사장보다는 복귀를 허락한 조 회장 편에 서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이 하나로 묶여 현재 경영에 참여중인 조 회장과 조 전무의 세력과 대결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공식 입장문에 발표한대로 현재 경영방식에 대해 가족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조 회장을 포함한 주주들과 협상을 위한 대화를 먼저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후의 상황들은 대화가 어떻게 이뤄지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날 발표된 입장문에 유감을 표현하며 "조 회장 작고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려고 노력해왔다"면서 "또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중이고 이것이 곧 고 조 회장의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