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삼성생명(7조4102억원)과 한화생명(4조3913억원), 교보생명(3조4917억원) 등 생보사 빅3의 보험료 수납액이 총 15조2932억원에 달했지만 이중 신용카드로 수납한 비율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이들 3사가 카드로 받은 보험료는 13억9400만원에 불과했다. 이것도 삼성생명이 신용카드로 받은 보험료 금액으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0원'을 기록했다. 빅3 생보사가 신용카드로 수납한 보험료는 전체 보험료의 0.009%에 불과했다.
이들 빅3중 한화와 교보생명은 카드 납부를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삼성생명도 일부 보장성 상품에만 카드 납부를 허용하고 있는데 카드 납부를 허용하는 보장성 상품 16개를 모두 삼성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도록 한정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카드로 받는데 인색한 것은 수수료 때문이다. 현재 보험업종의 카드수수료는 평균 2.2%로 카드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인 1%대보다 높은 수준이다. 보험사들이 연 4%대의 운용자산이익률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에 2.2%의 카드 수수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보험료를 카드로 받게 되면 유지율 관리가 수월할 뿐 아니라 보험료 납입 과정의 간소화로 금융사고 발생 위험도 감소한다. 보험사들은 이같은 카드납부의 장점은 알고 있지만 현재 평균 2.2%인 카드 수수료율이 최소 1% 이하로 내려가야 보험료 카드 결제가 정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카드 납부의 편의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적절한 수수료율 산정이 우선"이라며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하면 결국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카드수수료를 현행보다 낮추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원하는 금리는 현행 평균 카드 수수료인 1%보다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남는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료 카드납부와 수수료 문제를 두고 수년째 진척 없이 소비자의 불편함만 가중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최근엔 국회까지 나서 보험사들에 보험료 카드납부를 확대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부 장기저축성보험 등을 제외한 모든 보험계약의 보험료를 현금이나 신용카드, 직불카드로 납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앞서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를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를 거부하는 보험사를 제재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업계에 보험료 카드 결제를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첫 보험료는 카드로 받은 뒤 2회차 납입부터는 카드 납부를 어렵게 해 각종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이다.
국회와 금융당국 모두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강제가 사실상 불가능해 현재로서는 업계의 자율에 맡겨놓은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료 카드납부는 당국이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연말 카드 수수료율을 재산정할 때 보험료 카드 납입 확대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