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25년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귀환, 팬들도 타임머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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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25년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귀환, 팬들도 타임머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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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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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서태지는 마법을 부린 것이 분명했다. 이제 40대가 돼 자녀를 데리고 온 그의 팬들은 음악 한 곡 한 곡마다 점점 젊어져 다시 25년 전 그 때의 소년 소녀가 됐고, 팬들의 환호성이 커질 수록 서태지는 무대 위에서 더 힘을 얻었다. "타임머신 같은 공연이 될 것"이라던 서태지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뮤지션 서태지, 그의 공연 역시에 특별한 부분이 될 것이 분명한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 공연이 9월 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은 서태지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서태지 개인 공연으로는 지난 2015년 '콰이어트 나이트' 전국투어 이후 2년 만에 열린 것이다. 

오후 6시부터 오프닝 게스트 국카스텐과 어반자카파가 공연장 분위기를 달궜다. 이후 당초 예정시간보다 10분 빠른 오후 7시20분, 조명이 켜지며 서태지가 등장하자 올림픽주경기장은 3만5,000여명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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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수록곡인 '내 모든것'을 부르며 등장했다. 공중에서 내려오는 서태지의 모습은 서태지의 위엄을 증명하는듯 했다. '줄리엣'까지 부른 서태지는 곧 그가 자신했던 25년 전 무대 재현에 나섰다. 서태지의 든든한 조력자로는 방탄소년단이 나섰다.

한 달 간 공연을 위해 서태지와 연습을 했다던 방탄소년단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방탄소년단은 두 명씩 각각 다른 무대에 '아이들'로 올라 팬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과거의 무대 재현은 자칫 촌스러운 감성팔이에 그칠 수도 있지만 서태지의 힘은 놀라웠다. 그 시절 그 때 사운드를 재현하면서도 오히려 더 화려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서태지의 대표곡들을 록 버전 편곡이 아닌, 오리지널 사운드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의 팬들에겐 축복이었다. 

사운드 하나만으로도 서태지는 타임머신을 가동시켰고, 그의 말처럼 '회춘한 듯' 방탄소년단과 함께 당대 가요계를 휩쓸었던 댄스를 '칼군무'로 재현했다. '난 알아요'의 회오리춤에 이어 '이 밤이 깊어가지만'에선 방탄소년단의 비보이 댄스가 빛났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로 돌아간 그는 '환상 속의 그대', '하여가'를 통해 이번 공연에서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를 증명했다.
▲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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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보고 싶었다"며 "피아노 한 소절로 여러분을 그 시절 소년 소녀로 보내준다"는 말과 함께 '너에게'를 부를 땐 서태지조차 소년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많은 소녀 팬들을 설레게 한 내레이션, 그리고 당시의 의상까지 재현한 서태지의 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였다.

'교실 이데아'는 과거 무대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의 절정이었다. 단상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하는 서태지의 모습과 깃발 퍼포먼스, 방탄소년단을 위시한 칼군무는 서태지와 아이들 공연 당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방탄소년단은 이어진 '컴백홈' 무대에서도 최고의 싱크로율을 보여줘 이주노와 양현석 없이도 서태지와 아이들 2기 결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어쩌면 이번 공연은 서태지의 25년 음악사를 집대성했다는 의미 외에도 방탄소년단의 재발견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재발견'이란 표현도 이들에겐 미안하다. 이미 가요계에선 대세그룹이지만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인 서태지의 팬들 일부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는 방탄소년단은 댄스, 가창, 랩 모든 곳에서 흠잡을 곳 없는 모습으로 베테랑 서태지와 함께 전혀 위화감 없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을 완벽하게 이끌어냈다. '재발견'이라는 표현 대신 팬 연령층의 확장이라는 말로 표현하면 될 것 같다.
▲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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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한 서태지는 게릴라 콘서트 당시를 회상하며 팬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랐다고 회상했다. 또 이번 공연에서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트럭으로 공연장을 돌면서 라이브를 하려 했지만 기술적 문제로 이를 포기하게 돼 아쉽다는 말을 전하면서 "일부에선 이 노래를 제가 원키로 못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날 뭘로 보고"라면서 "회춘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말과 함께 기타를 메고 '필승' 오리지널 라이브를 보여줘 팬들을 열광케 했다.

서태지는 이어 은퇴 당시를 회상했다. 많은 팬들을 오열하게 만든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 서태지는 "그 때 마음을 담았는데 감히 한 번도 못 부른 노래가 있다. 노래에 마음을 담아 여러분께 전한다"며 '굿 바이'를 불렀다. 서태지의 팬들 중 이 부분에서 뭉클하지 않았던 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태지의 오랜 팬인 기자 역시 살짝 눈물을 훔쳤다. 서태지의 팬들은 일제히 휴대전화 불빛을 켜 흔들며 서태지의 진심에 화답했다.
▲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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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크게 방탄소년단과 함께 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음악으로 이뤄진 1부 공연과 이후 솔로로 전향한 서태지 시절 음악으로 이뤄진 2부 공연으로 나눌 수 있다. 서태지는 조명 효과를 극대화한 무대 연출과 스크린 영상을 절묘하게 이용하면서 구분의 경계를 최소화했다. 이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서 솔로 뮤지션 서태지의 시대로 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테이크 1' 무대 후반, 전면 스크린에서 보여진 빛의 잔상이 부서진 뒤 실제 조명으로 퍼지는 장면의 효과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울트라맨이야', '탱크', '오렌지', '인터넷 전쟁'으로 1부 공연의 감동 대신 강렬한 록 사운드로 공연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서태지는 2008년 공연사의 한 획을 그은 '서태지 심포니' 공연을 재현, 3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웅장한 심포니 버전의 '틱탁', '모아이', '소격동'을 선보였다. 특히 '틱탁' 전엔 스크린을 통해 지난해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일으켰던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씨의 대통령직 탄핵을 선고하는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모습이 지나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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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한 곡 중 가장 최신곡인 '크리스말로윈'으로 정규 공연을 마무리한 서태지는 배철수부터 유재석까지 이어진 축하인사 영상 후 지체 없이 바로 앙코르 무대를 이어갔다. "모두들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조금 온 것 같냐"는 서태지의 말처럼 가요계 사전심의 제도에 영향을 미친 '시대유감' 타임이었다. 

팬들과 한바탕 논 서태지는 '10월 4일'에 이어 '난 알아요'를 심포니 버전으로 선보인 뒤 즉석에서 팬들과 '마지막 축제'를 떼창으로 불렀다. 피아노 반주와 함께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마지막 축제' 떼창은 왠지 모르게 아련했다. 마지막으로 서태지는 방탄소년단과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라 '우리들만의 추억'을 함께 부른 뒤 팬들에게 전하는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달했다.

서태지는 "이번 공연에 25년을 눌러 담았다. 25년 동안 주신 사랑 잊지 않겠다"며 "오늘 공연은 250년 뒤에도 기억될 것"이라며 30주년 공연을 기약했다.
▲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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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서태지 공연 특유의 압도적인 물량 특수효과, 그리고 물흐르듯 서태지의 25년을 담은 셋리스트가 유독 빛났다. 

다만 서태지가 아시아 최초로 도입해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은 '더블 시스템 라인 어레이' 방식의 음향효과가 잠실 주경기장에 적합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이 AB음향시스템은 간단히 말해 보컬과 밴드사운드를 완벽하게 분리해 출력하는 방식인데, 고출력 PA스피커를 통해 대형 공연장 전체에 스테레오 사운드를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팬들의 구역에 따라 보컬, 혹은 밴드사운드가 무너지는 단점이 있다. 밴드의 음향을 극대화할 경우 보컬이 묻히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공연 음향에 신경을 많이 쓰는 여러 뮤지션들 역시 과거 잠실 주경기장에서 밴드 음향의 밸런싱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내가 아닌 오픈된 곳이라는 점도 있고, 대형 공연장은 음향의 메아리 현상이 있어 신경을 써야 할 구역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 구역에만 최적화된 음향을 구현하면 다른 구역에선 오히려 무너진 음향을 접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 '더블 시스템 라인 어레이' 효과는 분명 확연한 성공을 거둬 음향효과의 혁신을 증명했고, 그간 서태지는 공연 사운드 면에선 분명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우위에 있었지만, 이번 시스템을 잠실 주경기장에 도입하기 위해선 그만큼 더 많은 부분의 체크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공연이 추후 DVD나 블루 레이 등의 매체에 담겨 발매될 경우엔 사운드의 후작업을 통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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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공연은 서태지의 25주년 음악을 오롯이 담아냈다는 데에서 음향 밸런싱 문제를 들어 평가절하할 수 없다. 거기에 특수효과와 서태지의 생생한 표정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개폐식 풀HD급 미디어 메쉬(Media Mesh) LED은 3만5,000여명 팬들을 모두 만족시켰고, 기억 한 곳에 남아있던 추억을 눈 앞에 소환했다. 음향이라는 기술적인 요소로만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

평소 공연보다 멘트를 줄이고 음악 위주로 진행한 서태지는 음악에 자신의 진심을 가득 실었다. 서태지의 진심 담긴 음악은 팬들의 가슴으로 전해졌다. 
▲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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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말처럼 "음악의 힘은 대단하고, 신기하다". 음악 하나로 서태지와 팬들이 원하는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1995년 '다른 하늘이 열리고' 콘서트를 시작으로 서태지의 많은 공연을 관람했지만 이날 공연은 유독 가슴에 오래 남았다. 

모든 서사에는 기승전결, 즉 발단-전개-절정-결말이라는 구조가 존재한다. 25년을 맞은 서태지의 음악 인생은 분명 아직 절정이다. 자신의 음악을 알아주고,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는, 여전히 소년 소녀같은 팬들과 여전히 함께하는 서태지의 음악활동이 절정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9월 2일 잠실 주경기장 하늘 위에 뜬 -2개의 달은 아니었지만-달도 예뻤고, 25년 전으로 돌아간 서태지도 예뻤고, 그 시절 소년 소녀로 돌아간 팬들도 예뻤다. 서태지의 25주년 공연이 있었던 이 날은 '모든 것이 예뻤던 하루'로 기억될 것 같다. 곧 돌아올 그의 30주년 공연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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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 2017-09-05 11:34:17
글을 읽는내내 그때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서태지를 읽으면 문화가 보인다고 했던가요? 딱 그느낌 이었어요. 좋은 추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효 2017-09-05 00:49:40
지금까지 본 기사중 최고로 잘 쓰신 기사네요
저도 현장에 있었지만 벌써 기억이 안나는 부분도 있는데
기자님 덕분에 다시새록새록 떠올라요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ilove122 2017-09-04 21:25:38
기사가 최고이십니다^^

rediana83 2017-09-04 20:02:28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지나 2017-09-04 12:14:53
장단을 종합적으로 다룬 좋은 기사네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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