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이적의 UFO, 무대를 벗어나 나라를 위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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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이적의 UFO, 무대를 벗어나 나라를 위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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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울려퍼지다' 공연(사진=뮤직팜 제공)

[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뮤지션 이적의 목소리는 따뜻하다.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늘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혼란스러운 이 시국에 이적의 목소리는 연일 힘든 뉴스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한다.

소극장에서 공연을 해오던 이적이 더 큰 곳으로 무대를 옮겼다. 작은 공연장에서 관객과 눈을 맞추며 교감을 해오던 이적이 큰 공연장에서 1만2,000여명의 관객을 만났다. 무대 스케일은 커졌고 관객의 환호와 떼창은 더 커졌다. 자칫 뮤지션이 먼저 흥분할 수도 있는 환경이지만 이적의 따뜻함은 그대로였다.

이적은 지난 11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전국투어 콘서트 '울려퍼지다'를 열었다. 이번 콘서트는 이날부터 시작되는 전국투어 콘서트의 시작이었다.

▲이적 '울려퍼지다' 공연(사진=뮤직팜 제공)

무대를 옮긴 이적의 모습은 여전했다. 애초에 이적이 큰 무대서 자신의 이야기를 잘 펼칠 수 있을까하는 우려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전에도 이적은 꾸준히 소극장 공연을 전국적으로 펼쳐 오면서 공연형 뮤지션으로 자리잡았다.

이적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인 소통과 공감 역시 큰 무대라고 해서 줄어들지 않았다. 이적은 소극장 콘서트로 다져온 관객과의 교감 방법을 큰 무대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노래에 녹아든 하나의 스토리를 관객 마음에 잔잔히 들려줬고 이는 뮤지션 이적의 자서전만이 아닌,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모두의 얘기가 됐다.

이적이 공연 첫 곡으로 선택한 '노래'는 이적이 초등학교 시절 우상이었던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처음 들었을때 충격을 표현한 노래다. 지난 2007년 발매된 3집 '나무로 만든 노래'에 수록됐지만 사실 이적이 가수로서의 꿈을 키우게 했던 곡으로 알려졌다.

단지 이적의 시작만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노래는 다시 힘을 내게 해줬고, 노래는 독약 같은 세상에 더럽혀졌던 혈관까지 짜릿하게 뚫어주었지'라는 가사는 지금같은 시대에 노래가 더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적 '울려퍼지다' 공연(사진=뮤직팜 제공)

이적은 130분여 간 자신의 히트곡 20여곡을 부르며 하나하나 이야기를 풀어갔다. 정상적이지 않은 나라 상태에 지친 이들에게 '같이 걸을까' 권유한 이적은 '달팽이'가 돼 지친 마음을 달랬다. 이어 길구봉구의 이봉구와 함께 부른 '거위의 꿈'으로 희망을 노래했다.

이적은 "이런 시국에 콘서트가 웬말이냐 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다"고 어려운 얘기를 꺼냈다. 이적은 "이 곳에 있는 우리도 음악을 통해서 공감하고 공유하고,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시국이 뭔가 그냥 마냥 즐겁게 공연을 보기엔 마음 한구석에 '그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조금 있는 상태에서들 오셨을 것 같다"고 말해 동시간대 광화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촛불 집회를 언급했다. 이적은 "오늘 공연에서도 그런 마음을 좀 담은 순간들이 있다. 아마 제 모든 노래들의 가사가 조금씩 다르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적 '울려퍼지다' 공연(사진=뮤직팜 제공)

이적의 말은 그대로였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는 촛불을 공연장으로 옮겨놨다. 고래가 헤엄치는 바다 속 영상이 스크린에 펼쳐졌고 심해로 사람들이 내려앉는 모습은 현재의 시국을 상징했다. 수많은 촛불이 화면을 가득 메운 뒤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거대한 촛불들이 받아주는 모습은 앞으로의 희망과 사람들의 무한한 힘을 표현했다.

'UFO'를 부르기 전 이적은 "이 노래에 담긴 '분노'를 생각한다. 이 노래가 분노의 노래였다는 것을 잊을 수 있는 시기가 다시 오기를 바란다"며 "광화문에 많은 분들이 계신데 여기 오신 분들이 뭔가 미안함, 부채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여기서 우리도 뭔가 같은 마음을 공유했다고 이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에 관객들은 휴대전화 손전등으로 공연장에서의 촛불을 표현했으며 이적은 '날아와 머리 위로 날아와/검은 하늘을 환히 비추며 솟아/모둘 데려갈 빛을 내리리/이제야 그 오랜 미움, 분노 모두 다 높이/우리와 함께 날으리/저기 하늘 밖으로'라는 가사의 'UFO'를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불렀다. 모두의 분노를 노래로 쏟아낼 듯한 모습이었다. 소극장을 벗어난 이적의 'UFO'는 잠실 공연장을 넘어 슬픔에 빠진 나라를 환히 비추고자 했다.

▲이적 '울려퍼지다' 공연(사진=뮤직팜 제공)

앞서 이적은 공연 전 "이 참담한 공기 속에 공연장을 가득 채워주실 분들과 손 꼭 붙잡고 노래를 나누겠다. 그리고 같은 시각 광화문에 계실 여러분께 마음 깊은 곳에서 응원을 보낸다"며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석할 국민들에 응원을 보냈다.

이적은 객석에서 쏟아진 앙코르 요청에 '걱정말아요 그대'로 마지막까지 관객에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130분여간 펼쳐진 이적 전국투어 공연 '울려퍼지다'는 국내 최정상의 스태프들이 혼신의 공을 들였다. 연출 이윤신 감독, 김영일 음향 감독, 김지훈 조명 감독, 영상팀 룸펜스 등은 이적 공연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놨다. 또 국내 정상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밴드는 사운드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룹 메이트의 임헌일과 김호윤이 기타를, 베이스 이수형, 드럼 오형석, 건반 남메아리, MIDI&건반 양시온, 길구봉구의 멤버 이봉구와 김미영, 임주현, 함지민이 코러스를 맡아 더욱 볼륨감 있는 사운드를 연출했다.

▲이적 '울려퍼지다' 공연(사진=뮤직팜 제공)

이적은 공연 중 "이 공연은 단순히 두 시간이 아닌, 내 20여년 음악인생을 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며 앞으로를 점치는 시간"이라며 "여러분도 제 노래를 통해 그 시절을 추억하길 바란다. 내 삶의 일부를 노래로 여러분과 나누겠다"고 말했다. 이적은 그 약속을 지켰고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이적의 위로와 교감에 따뜻한 마음의 촛불을 켜고 돌아갔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적은 오는 12월17일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 12월24일 대구광역시 엑스코, 12월31일 부산광역시 벡스코에서 차례대로 전국 투어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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