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16년간 한결같은 이승환 '차카게살자'의 본질,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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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16년간 한결같은 이승환 '차카게살자'의 본질,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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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 이승환(사진=김종효 기자)

[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차카게살자'라는 문구는 과거 조직폭력배들의 문신을 희화화한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였다. 우락부락한 형님들이 팔뚝을 드러내면 거기엔 '차카게살자'라는, 사인펜으로 급히 쓴 듯한 글씨가 드러나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무섭게 생겼지만 나중엔 호되게 당하고 마는 '형님'들의 '반전 매력'을 드러내는 발판이 바로 '차카게살자'였다.

이승환이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 쓰였던 '차카게살자'라는 문구를 공연 브랜드 네임으로 채택한 것은, '차카게살자'라는 다섯 글자에 그가 이 공연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잘 함축돼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차카게살자'는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 하지만 '착하게' 살려는 본질은 유지한 이 공연의 선행 방식을 드러낸다. 또 조직폭력배만큼은 아니지만 그리 착하게 살아오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날 하루만은 '반전있는 삶'을 살아보자는 이승환의 독려이기도 하다.

▲'열여섯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 이승환(사진=김종효 기자)

이승환은 그런 기본적인 틀을 유지한 채 꾸준히 자선공연 '차카게살자'를 열어 왔다. 때로는 긴 시간, 때로는 짧게, 때로는 성대한 파티처럼, 때로는 도란도란한 분위기로, 때로는 격렬한 록으로, 때로는 감미로운 발라드로 많은 변화를 했지만 그 모든 것은 '차카게살자'라는 기치 하에 진행이 됐다.

이승환은 오랜 시간 그렇게 이 '차카게살자'의 주인으로 손님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벌써 16년, 이승환은 10월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88호수공원 수변무대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16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을 개최했다.

▲'열여섯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 이승환(사진=김종효 기자)

여러 루트를 통해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차카게살자'는 이승환이 2001년부터 16년째 이어오고 있는 국내 최장수 자선공연이다. 이승환은 매해 '차카게살자'의 수익금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전액 기부해 오고 있다. '차카게살자'에 참여하는 게스트들은 이승환의 이같은 취지를 이해하고 선행에 동참하기 위해 노개런티로 초대에 응한다.

이승환은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차카게살자'를 공연을 통해 거둔 수익금과 팬 기부금, 개인 소장품 바자회 물품 판매 수익, 자신의 개인 기부금을 더해 총 6억8,000만 원을 모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전했다.

올해도 이런 선행은 계속됐다. 이승환은 '차카게살자' 재단 창립 멤버인 강풀 웹툰작가, 주진우 시사인 기자 외에도 특별 초대손님으로 구현모 ALT 편집장과 유시민 작가를 초대, 노래만 들려주는 공연이 아니라 의미있는 얘기를 공연에 더하고자 했다. 이번 '차카게살자'는 이승환의 노래와 명사들의 강연이 만나 토크콘서트 '언중유곡'으로 탄생했다.

▲'열여섯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 시사인 주진우 기자와 편의상 '김제동'(사진=김종효 기자)

이날 게스트들의 미니 강연 내용엔 관객 눈물샘을 자극하고 가슴을 울릴 정도로 좋은 말이 많았다. 하지만 한 보도로 인해 김제동(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으나 현장에 없었던 언론들을 포함한 다수 언론이 김제동으로 규정했기에 이하 편의상 '김제동'으로 통일한다)의 발언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아쉽다.

사실 아쉬운 것은 초점이 편중되는 것보다 8년째 '차카게살자'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날 공연 진행자 MBC 허일후 아나운서가 같은 언론인으로서 해당 발언에 대해 '엠바고'나 '보도 자제' 요청도 아닌, '오프더레코드(보도 금지)'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부분만을 기사화한 기자의 언론인으로서의 윤리 의식에 대해서다. 또 그로 인해 '차카게살자'가 16년간 지켜온 본질이 훼손되는 것 같아 이 점 역시 안타깝다.

▲'열여섯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 MBC 허일후 아나운서(사진=김종효 기자)

"혹여 이 자리에 기자들이 와 있을까봐"라는 김제동의 말이 해당 기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와 공인으로서 소신을 드러낸 발언이라 확신케 한 근거가 됐는지 몰라도 이 발언에 이은 허일후 아나운서의 사실상 '오프더레코드' 요청에 펜을 집어넣은 기자가 있는 반면 이를 바로 기사화한 기자도 있다는 것은 현 시대 '소통의 오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현 시대 언론인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판단은 각 기자와 각사의 데스크가 한다지만 사회자가 공식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오프더레코드'를 요청한 사안에 대해 무시하고 기사화한다면 그 누가 선뜻 나서 취재원의 역할을 자처할 것인지 우려된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김제동 외 다른 게스트들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좋은 말들이 많았기에 간단히 핵심만 짚어주고 싶다. 김제동의 말에 집중하느라 다른 강연을 놓쳤다면 같은 자리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으로 너무 아까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열여섯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 구현모 ALT 편집장(사진=김종효 기자)

구현모 편집장은 '청년들이 착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했다. "판에 뛰어들어 대안을 얘기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구시대의 끝이자 새로운 시대의 초입이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야 할 주인공인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바꾸려 해야 한다"며 "사람들은 욕이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이런 상황을 뒤집으려 욕을 한다"고 주장했다. 김제동 보도에 대해 '차카게살자' 공연에 참여한 이들의 욕이 쏟아지는 것은 해당 기자의 그릇된 언론관을 뒤집고 더 나은 언론인이 되도록 하는 격려이기에 고맙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이날 공연을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과 이에 감동을 느꼈던 관객들은 그 기사를 보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을테니 어쩌면 욕할 이유도 타당한 것 같다.

웹툰작가 강풀은 '어떻게 착하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논하며 "고민의 당사자가 해답을 잘 알고 있다. 해결 방법이 어려워 모른 척 하는 것이기에 그저 '힘내라'고 말해주면 된다"는 심플한 결론을 내렸다. 보도를 한 기자가 이미 현 상황에 대한 해답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그저 '힘내라'고 응원하겠다.

'오늘만 사는 형'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자신의 과거를 회술했다. 사람 구실을 못할 것 같았고 항상 대들고 싸웠던 주진우 기자는 그런 반항심을 장점으로 활용해 모든 상황에 늘 의문을 갖고 핵심을 전달하려는 탐사보도 전문 기자가 됐다. 적어도 모든 사건의 가장 핵심인 주제를 내팽개치고 일부 발언만 들어내고 편집해 본질을 흐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열여섯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 웹툰작가 강풀(사진=김종효 기자)

유시민 작가는 '착하게 살려는 나의 고민'에 대해 말하며 "타인을 위해 사는 것이 착하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디까지 타인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마하트마 간디나 테레사 수녀처럼 살긴 힘들다"고 현실적인 고민을 짚어주며 "눈에 보이는 대상에 대해 연민이나 측은지심을 갖는다면 조금만 더 노력했을 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껴안을 수 있다"는 맹자의 말을 인용했다.

유시민 작가는 "여러분은 착하게 살고 있다. 부족하다면 한 걸음 더 나가보고 더 많은 것을 보고 해보면 되는 것 아닌가. 좋은 일을 하면서 부족함, 망설임, 번민,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괜찮다. 인간적인 도리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니 보도 후 질타가 쏟아지는 것에 해당 기자가 분노를 느낄 것까진 없다. '차카게살자' 공연에 모인 사람들은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쌀쌀한 가을 날씨에 한없이 따사로운 공연 속에서도 음악 담당 기자가 담당이 아닌 다른 특종 기사를 쓰기 위해 공연을 즐기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안타까워 연민을 느끼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열여섯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 유시민 작가(사진=김종효 기자)

이승환이 밝혔듯 이날 공연의 본질은 이승환의 화려한 무대 연출도, 불과 일주일 전 8시간27분을 공연한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여전한 가창력도 아니었다. '착하게 살려는 사람들의 선행', 그리고 이들의 선행에 대한 자그마한 위로와 보답이었다.

공연 말미 이승환은 "모두모두 감사할 따름이다. 여러분의 기대를 뛰어넘는 음악, 공연, 정의로운 삶을 살도록 하겠다. 또 가장 정도(正道)인 음악으로 다가서려 노력하겠다"며 "많은 악플들이 있다. 여러분조차 흔들릴까 조금은 걱정한 적도 있다. 현혹되지 말고 믿음으로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억울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여러분들은 억울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 내 팬이니까. 내 편이니까"라는 말로 큰 박수를 받았다.

'80만원 발언'은 이승환 발언의 일부였을 뿐, 핵심이 아니었다.

▲'열여섯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 이승환(사진=김종효 기자)

올해도 당연히 기부금 전달식은 진행됐다. 모든 게스트들이 한 데 모인 자리에서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측은 16년간 한결같이 진행돼온 선행을 언급하며 "어린이들의 생명, 고통, 행복을 모두 함께 해줘서 고맙다. 많은 어린이들이 적지 않은 백혈병 치료비를 지원받았다. 항상 도움을 줘 고맙다"고 전했다.

웃음 속 감동, 즐거움 속 선행, 쌀쌀한 날씨 속 따뜻한 마음. '차카게살자'가 16년간 추구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기부금 전달하면서도 생색내지 않고, 기부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고마워하면서 웃을 수 있는 모습 말이다.

▲'열여섯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 기부금 전달식(사진=김종효 기자)

'차카게살자' 공연을 보기 위해 코 묻은 돈을 내던 팬들은 이젠 때 묻은 돈을 지불한다. 그만큼 '차카게살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 '차카게살자'가 예상치 못한 부분에 관심이 집중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면은 있지만 변함없는건 '차카게살자' 공연에 온 이들은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선뜻 공연 관람 비용 혹은 바자회 물품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고, 이승환과 드림팩토리는 16년째 그 돈을 여전히, 그리고 온전히 좋은 일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드림팩토리는 '삥땅'치지 않는다.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착하게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열여섯번째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사진=김종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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