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 전 위메프 대표의 눈길을 끄는 이력들입니다. 개인적인 이유야 어떻든 평범을 넘어 비범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허 전 대표는 미국 야구팀 '락랜드 볼더스' 소속입니다. 조 단위 자산을 굴리는 1976년생 용띠 투수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도 같습니다.
그런 그가 최근 남몰래 선행(?)을 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 삼성동 위메프 사옥에 걸려있는 간판을 사비로 교체한 겁니다.
새로 바뀐 국문 '위메프' 사명이 아닌 이전 사명 영문 'we make price'가 그대로 구 사옥에 걸려있는 걸 목도한 직후라는데요.
위메프는 지하철 삼성역 7번 출구 인근 새 사옥과 1번 출구 인근 구 사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 사옥은 오늘의 위메프가 태동한 곳입니다. 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새 사옥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요. 구 사옥에는 일부 경영진과 핵심 관계자들이 중요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아지트' 형식으로 출입하고 있다는 설이 돌고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산실' 이라는 표현도 어색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애틋한 장소가 세월에 밀려 낡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요. 위메프 구형 간판을 확인한 허 전 대표는 직접 교체작업을 지휘 했다고 합니다.
통상 회사차원의 비용지출은 법인명의로 집행하기 마련인데요. 쇠뿔을 단김에 빼듯 자비를 털어 그 즉시 실행에 옮겼다고 합니다.
"회사(위메프)에 비용적 부담이 되는 상황을 허 전 대표는 염려했다. 그래서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귀띔한 뒤 자비를 털어 새 간판으로 교체했다."
위메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그깟 간판 하나 얼마나 한다고' 물음이 나올 수 있는데요. 사실 위메프는 재정적 관점에서 많이 힘든 회사입니다. 적자 폭이 줄었다는 내용이 골자인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할 정도입니다.
15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이 600억원 중반대로 내려왔다며 화색을 띄었습니다.
1970~80년대 당시 제조업에 몸담았던 재계 어르신들이 보면 어이 없는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IT기술을 기반으로 2010년 이후 산업계가 대격변에 놓인 만큼 단순 숫자비교는 무리가 따를 것 같긴 합니다.
돈을 벌긴 커녕 투자를 명목으로 여전히 돈을 쏟아 붓고 있는 회사인 셈입니다.
때문에 위메프 주변에서는 존폐를 걱정하는 시선이 상당했습니다.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죠. 여기에 더해 외부투자 유치 노력도 이렇다 할 낭보를 전하지 못했습니다.
위기감이 또 다른 위기감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최소한 영업손실액이 줄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감지된 이같은 수익성 개선과 허 전 대표의 간판교체는 시기를 함께 합니다.
마지막 레이스를 앞두고 깨끗하게 단장한 레이싱카의 느낌이랄까요.
"허 전 대표가 최근 임원들을 회의실에 모아 자신의 인생역정을 소개했다. 모르고 있던 부분까지 비교적 세세하게 전달했다. 남몰래 개발중인 게임이 곧 출시할 것이란 얘기도 했다. 발생되는 수익 대부분을 위메프에 사용할 것이라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현장에서 울림이 컸다."
내부적으로 '파이팅'이 넘치고 있다는 부연을 곁들인 위메프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국내 게임업계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던전 앤 파이터'. 4월 현재 2조원에 가까운 매출로 국내 게임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넥슨의 핵심 자산입니다.
허 전 대표의 앞선 발언이 그저 허언에 불과할 것이란 의심을 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소셜커머스'라는 울타리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쿠팡. 그리고 기세가 여전한 업계 '맡형' 티몬이 감사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위메프와 마찬가지로 이들 모두 영업손실을 대폭 줄였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만의 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