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간신히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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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체험]'고수익 덫' 수 백만원 물건 떠안아…협박-인신공격 예사

#사례1 = 졸업을 앞둔 대학생 김모씨는 "좋은 일자리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고등학교 동창생의 소개로 서울소재 한 회사를 방문했다.  

평소 매우 가깝게 지냈던 사이여서 김씨는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 회사 직원들은 처음 보는 김씨에게 온갖 친절을 베풀었고, 이들로부터 김씨는 업무를 위해 회사 자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몇 차례 교육을 받던 중 김씨는 이른바 '피라미드'로 불리는 불법 다단계 판매회사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 뒤였다. 직원들의 감언이설에 김씨는 점점 세뇌되기 시작했고, 결국 판매사원이 됐다. 김씨는 개인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출을 받기에 이르렀고 이후 대출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회사측은 '교육'을 핑계로 김씨에게 합숙소 생활을 강요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직원들의 말도 신뢰할 수 없게 된 김씨는 합숙소를 '탈출'하기로 결심했으나 실행은 쉽지 않았다.  

김씨가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직원들은 하루종일 그를 나무라며,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모두가 잠든 새벽, 지갑만 겨우 챙겨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사례2 = 대학생 정모씨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던 중 "힘들지 않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게 됐다. 정씨는 친구가 말한 회사를 찾았다. 3시간 가량 강의를 들은 정씨는 친구가 소개시켜준 회사가 다단계 판매회사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한 달에 5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정씨는 현혹되기 시작했고, 합숙교육을 받겠다는 약속과 함께 330만원에 달하는 제품을 구입했다. 조직원이 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직원들은 휴대폰을 빌려 쓴다는 핑계를 대며 정씨의 문자메시지와 통화기록 등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정씨는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며칠 후 직원들의 눈을 피해 가족들과 연락한 정씨는 이 회사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

 

다단계판매업자수 추이. (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 미등록 불법업체 관련 피해 시 구제 어려워 

최근 대학생을 포함한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다단계판매원 가입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기존 판매원들이 친분을 이용해 주변 지인들에게 접근한 뒤 '고수익 보장 아르바이트', '전공을 살린 실무경험'등 허위문구를 내세워 이들을 다단계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위기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은 다단계판매회사 측의 감언이설에 현혹돼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될 뿐만 아니라 자칫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어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더욱이 다단계 판매회사들 중에는 관할 시ㆍ도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업체들도 섞여있어 이들로 인한 직ㆍ간접적 피해 발생시 이렇다 할 구제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물건구매 계약 후 실질적인 물건의 거래 없이 수당 등을 지급하거나 교육이나 합숙을 강요하는 경우 등은 불법다단계 판매업체일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6년부터 분기마다 다단계 판매업자의 상호 변경, 휴폐업 신고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며 "공정위 홈페이지(www.ftc.go.kr)와 소비자홈페이지(www.consumer.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올해 3분기 다단계업체 수가 69개로 전분기에 비해 1개 업체가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유비포워드, 에스티씨인터내셔널, 아이카, 이뮤노텍코리아 등 4개업체가 등록이 취소됐거나 폐업했고 이한포위드코리아, 애터미, 럭키엘앤에이치, 리챈스, 울트라코리아 등 5개업체가 신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피케이원은 '제이드월드'로, 더블유비지코리아는 '지앤지'로, 디지털씨씨엠은 '몬토토'로 각각 상호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미혜 기자  lmisonar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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