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필화/김영사/2만2000원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거기 그렇게 있지 말고 여기 자리 만들었어. 우리가 같이 있으면 행운이래. 같이 있을래?"
그림작가 전필화의 첫 책 '쌍란' 출간됐다. 작가의 작품은 제목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고, 신선한 위트와 섬세한 정서가 맞물려 화제를 일으켰다. '그림시집'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 책은 작가의 그림과 자작시 113편을 짝지어 구성했다. 왼편에는 그림, 오른편에는 그 장면에서 길어 올린 시를 배치해 이미지와 언어가 서로를 비추며 우리의 감성을 깨운다.
쌍란은 병아리, 곰, 꽃, 나뭇잎, 달처럼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동식물과 사물을 의인화해 기존 그림 에세이와 다른 결을 선사한다. 작가만의 독창적 화풍으로 대상 각각이 지닌 형태와 특성에 따라 정겹고 따뜻한 상상을 펼쳐 보인다.
그림들은 만화처럼 컷이 나뉘어 이야기를 전하는데, 대체로 무표정한 캐릭터들의 감정을 장면·행동 변화를 통해 섬세히 표현한다. 여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포근한 시선이 스미고,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캐릭터들은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이 책은 슬픔을 이해하고 끌어안는 넉넉함과 다정함을 기록했다. 슬픔과 외로움을 내버려두지 않고 감싸며 그늘진 마음에 햇볕처럼 다가와 손 내민다. 또한 관계의 기쁨, 상실, 그리움뿐 아니라 삶의 희망을 진솔히 다루며 독자를 깊은 감응의 세계로 이끈다. 책을 펼치면 고독과 슬픔을 오가는 마음속에 사려 깊은 다정과 유머가 잔잔히 퍼져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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