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전은정 기자 | 선박 엔진 핵심 부품 제조업체인 케이프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 호황과 더불어 미국 해군의 군함 유지보수·건조 사업(MRO) 확대 기대감이 겹친 영향이다. 일본이 오랫동안 독점해 온 실린더 라이너 시장을 국산화 기술로 돌파한 경쟁력과 HD현대 계열 조선사들과의 공급망 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케이프는 25일 오전 11시32분 기준 전거래일보다 3.70% 오른 6730원에 거래중이다.
최근 국내 조선 3사의 수주잔량이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선박 건조 후반에 투입되는 엔진 부품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케이프는 1983년에 설립돼 2007년 코스닥에 상장한 선박 엔진 부품 전문기업이다. 실린더 라이너 단일 품목에 특화된 국내 유일 수준의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자체 제작한 거푸집 기술과 정밀 주조·가공 역량을 기반으로 일본 기업들이 장악했던 시장을 국산화 기술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생산 단가 절감과 품질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으로 HD현대중공업, 한화엔진, HD현대마린솔루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로부터의 매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HD현대중공업 매출 비중은 전년 대비 약 2.6배 증가한 36%에 달한다.
최근에는 미국 해군이 연간 약 11조원 규모의 MRO 사업과 43조원에 달하는 신규 군함 발주 시장을 한국 조선사에 개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케이프의 수혜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는 4월 30일에는 미국 해군성 장관 존 펠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거제의 한화오션과 울산의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미 해군 군함의 MRO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전투함 건조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지난해에 이어 현재도 미 해군 급유함 '유콘(Yukon)'의 MRO 작업을 수행 중이며, 케이프는 이들 조선사에 실린더 라이너를 공급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다.
실린더 라이너는 통상 5~7년 주기로 교체가 필요한 부품으로 선박 건조와 교체 수요라는 이중 시장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고도의 정밀성과 납기 대응력이 요구되는 제품인 만큼, 케이프는 기술력·납기 준수·대량 공급 능력을 고루 갖춘 강소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