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인공지능(AI) 기반 실험 기술의 활용이 한층 더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웅제약은 업계 최초로 가장 먼저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해 주목을 받고 있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 FDA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앞으로 신약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동물실험을 줄이는 대신 과학적으로 검증된 대체 기술을 우선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상 신약 개발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이전에 '전임상'(비임상) 과정을 거쳐 약의 독성, 안전성 등을 확인한다. 그간 쥐와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비임상 단계의 요건이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 인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미 FDA는 동물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AI를 활용한 약물 독성 예측 모델 △인간 장기를 모방한 장기 칩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공장기(오가노이드) 등을 대체 기술로 제안했다.
이 같은 방식을 'NAMs'(새로운 접근 방법론)이라고 규정하고 임상 시험계획 신청(IND) 단계에서 정식으로 인정하겠다는 게 미 FDA의 방침이다. 당장 조치가 적용되는 건 '단일클론항체 치료제'와 같은 일부 항체 치료제부터지만 향후 다른 약물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따라 국내 신약 개발 기업들도 전임상 단계에서 AI 및 대체 실험 기술 도입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기술은 동물실험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패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조기에 선별하고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 연구원이 AI 신약 개발 시스템으로 신약 후보 화합 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뉴스룸]](/news/photo/202504/643856_560178_326.jpg)
이에 따라 일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AI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외부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웅제약은 2021년 업계 최초로 AI 신약 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약 8억 종의 화합물 정보를 정리한 자체 데이터베이스 '다비드'(DAVID)와 이를 기반으로 한 AI 플랫폼 '데이지'(DAISY)를 구축했다.
대웅제약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은 △유효 물질을 선별하는 '데이브스'(DAIVS) △저분자 구조 최적화 기술인 '데이프래그'(DAIFrag) △약물의 흡수·분포·대사·독성 예측 시스템인 '데이지'(DAISY)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약 후보 물질의 탐색부터 전임상, 임상까지 전 주기에 걸친 활용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후보 물질 발굴 등 초기 단계에선 이미 유의미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기존에 1년 이상 소요되던 후보물질 도출 과정을 약 6개월 만에 단축하기도 했다. 비만·당뇨 치료제, 항암제 등 다양한 질환 영역에서 AI 플랫폼을 적용해 유효 물질을 빠르게 발굴하고 있다.
대웅제약 외에도 JW중외제약은 지난해 기존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인 '주얼리'(JWERLY)와 '클로버(CLOVER)'를 통합해 AI 신약 개발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항암제 'JW2286', 탈모 치료제 'JW0061' 등 AI 기반으로 발굴된 파이프라인을 일부 확보한 상태다.
이 외에도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삼진제약 등 다수 기업도 AI 기반 신약 개발을 위한 협력과 플랫폼 도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만, AI 기술 도입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미 FDA가 제시한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기엔 국내 기업들이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FDA가 발표한 이번 정책은 기존 동물실험을 점진적으로 대체해 나가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국내 기업 입장에선 아직 본격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영역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AI 기반 기술은 이제 막 진입하는 단계의 영역이며, 전임상은 물론 임상 단계에서도 관련 인력과 경험,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돼 있는 사례가 드물다"며 "FDA가 제시한 새로운 과학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장기적인 준비와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 시장 진출을 고려한다면 FDA 지침에 따라 AI 기반 비임상 데이터 확보, 검증 모델 고도화, 윤리적·기술적 기반 확충 등 R&D 전반의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