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의 세상이야기] 아부다비 모스크. 종교인가 예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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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의 세상이야기] 아부다비 모스크. 종교인가 예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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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모스크는 웅장했다. 지구촌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섬세한 예술적 디테일은 압도적이었다. 수많은 돔과 백색기둥의 열주행렬, 하늘로 솟아오른 미나레트, 외부와 내부에서 한 묶음으로 보여 지는 건축의 예술성은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이었다. 모스크 중앙 돔 앞에 선 나를 완전히 다른 세계를 데려가는 느낌이었다.

'아부다비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아부다비 모스크의 본명이다. 아랍에미리트 초대 대통령 셰이크 자이드 술탄 아나얀이 구상한 걸작이다. 그랜드 모스크는 이 지역 문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우뚝 섰다. 82개의 돔과 천개의 기둥, 최대 4만 명이 동시에 예배를 올릴 수 있는 규모가 우선 파격적이다. 스와로브스키와 황금으로 장식된 12톤짜리 초대형 샹들리에는 인류문화 유산이었다.

숙소인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의 화려함에 놀라고 그랜드 모스크의 위용에 다시 한 번 놀란 시간이었다. 순백의 돌을 깎아 다듬고 이어붙인 이 건축물은 9년간의 공사(1998-2007) 끝에 완공되었다. 아부다비는 물론 중동의 자랑으로 손색이 없었다. 내부에는 자이드 초대 대통령의 묘소가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모스크에서 코르니쉬 해변으로 떨어지는 석양의 모습은 명화의 한 폭이었다.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과 인도 타지마할을 누르는 걸작으로 평가되는 이유가 있었다. 이슬람 문명의 최대 유적으로 꼽히는 두 곳을 능가하는 명품건축 대열에 올라 설만 했다.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서 가져온 순백색 돌로 지어진 건축의 완벽한 입체감은 비교불가였다. 오늘 날 인류의 유산으로 기억하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조각상은 모두 마케도니아 돌로 만들어졌다. 석양녘 회랑 연못에 비친 모스크의 데칼코마니는 신이 내린 창작물이었다. 모스크 건설에 피땀 흘린 인도의 석공 장인들에게 우선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부다비 모스크 중앙 돔 앞에서
▲아부다비 모스크 중앙 돔 앞에서

'모스크' 는 이슬람 사원이다. '마스지드'는 엎드려 예배드리는 곳이다. 하루 5번, 정확히 정해진 시간에 메카를 향해 엎드린다. 이슬람이 지배하던 시절 이베리아 반도의 "메스키따"가 영어이름 '모스크' 가 되었다. 에스파냐를 800년 동안 지배했던 무어인들의 사원 이름이 시작이었다. 모스크는 전 세계 이슬람 인들의 신성한 기도장소다.

모스크는 국가가 짓거나 부유한 술탄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다수의 기부금으로 건축된다. 자식에게 부를 물려주는 것은 이슬람 사회의 미덕이 아니다. 일부만 남기고 모두 사회에 환원한다. 가장 많은 돈은 결국 모스크 건축으로 집중된다. 예배장소이면서 병원이나 학교 등이 병존한다. 당연히 각 지역의 센터가 되는 중요 시설이다.

이슬람 국가는 대개 더운 지역에 위치한다. 사람들은 모스크에서 더위를 피하기도 하고 여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왕의 중요한 전달사항이 내려지는 미디어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슬람 사람들의 생활 중심이면서 도시의 상징이다. 모스크 주변은 반드시 시장이 형성되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구조다.

'아부' 는 목동, '다비'는 사막 동물 오릭스다. '아부다비' 는 사막에서 오릭스를 키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중동 모래벌판을 호령했던 용감한 부족 베드윈의 문화와 혈통을 상징하는 '다비' 정신은 아랍에미리트 화폐(50디르함)에도 새겨져 있다. 사막의 라이언 부족 후세답게 모래벌판에 세워진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배드윈족 텐트 모습으로 지어졌다.
 

▲회랑의 열주에서 보이는 모스크
▲회랑의 열주에서 보이는 모스크

지치고 갈 곳 없는 여행자들은 무조건 모스크를 찾는다. 숙소와 음식이 신의 이름으로 주어진다. 중세부터 절대적인 구호처이자 쉼터였다. 모스크는 '미나레트(첨탑)' 로 등급을 인정받는다. 신을 향한 열망을 담아 첨탑으로 초대하는 의미가 있다. 매일 다섯 차례 '아잔' 의 목소리가 모스크 일대를 적신다.
 
"신은 위대하다 우리 모두 예배를 보러 올지니,
알라만이 유일하시고 다른 어떤 신도 없나니,
무함마드는 그분의 예언자임을 증언 하나이다".

새벽예배를 시작으로 낮과 오후, 해가 지는 시간, 취침 전 예배는 이들의 일상이다.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의 목소리가 곧 시계다. 이슬람의 하루는 아잔의 음성으로 시작되고 끝난다. 중세이후 모스크 건축물에 압축된 예술 혼을 담았고 정신의 보고로서 불멸의 역할을 해냈다. 사우디 메카에서 출발한 이슬람 문화는 페르시아를 포용해 한 차례 도약했고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와 중국, 인도 문화까지 녹여내 꽃을 피웠다.

오아시스 유목사회의 별자리 관측은 서구세계의 점성학으로 발전했다. 인류 별자리 이름 70퍼센트가 아랍 문화의 산물이다. 대수학, 연금술, 의학 등은 현대 과학기술의 바탕이 되었다. 페르시아 수학자 알콰리즈미(780-870)의 방정식과 십진법, 연산법이 지금의 알고리즘으로 연결되었다. 설탕, 커피, 파자마, 라일락, 철학, 알코올, 파라다이스 등 무수한 일상용어의 출발점은 이슬람이었다.

 

▲미나레트 앞의 화려한 바닥장식
▲미나레트 앞의 화려한 바닥장식

미나레트가 많으면 대형 모스크다. 아부다비 모스크에는 사방에 4개의 미나레트가 있었다. 예배당 내부 화려한 '민바르' 에서 이맘이 예배를 집전했다. 신도들은 실내 넓은 공간 '미흐랍' 에서 하루 5번 기도를 올린다. 아름답고 호화롭게 장식하는 이유다. 미흐랍 앞에는 손과 발을 씻고 들어가도록 '사흔' 이 준비되어 있었다.

바깥쪽 미나레트를 중심으로 중앙 돔 건축은 비잔틴 양식이었다. 미흐랍 벽면은 이슬람 경전 '꾸란' 의 주요대목들이 꽃과 나무 모양의 음각문자로 장식되어 있었다. 꾸란의 기하학적 서체 디자인이 아라베스크 문양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반복과 대칭구도는 오묘한 신의 예술로 여겨진다. 아라베스크는 우리에게 당초문으로 남아있다. 슈만의 피아노곡이나 드뷔시의 초기 피아노는 아라베스크 형식으로 클래식을 대표한다.

모스크의 스테인드글라스와 결합해 빛을 흡수하고 통과시키는 모습은 너무도 경이로워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천국을 상징하는 꽃잎과 이파리들, 물과 정원의 배치는 환상적이었다. 천 여 명의 이란 여성들이 2년 동안 손으로 만들었다는 초대형 카펫과 천문학적 건축비는 두고두고 화제 거리다.

지구상 최대의 모스크는 이스탄불의 '블루 모스크' 다. 6개의 미나레트와 대형 돔 건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때문에 이슬람 세계의 가장 권위 있는 모스크 원형으로 통한다. 아부다비 모스크의 실제 건축은 블루 모스크가 참고서였다. 기초디자인은 카사블랑카 모스크와 페르시아, 무굴 모스크가 토대였다. 대표적 이슬람 지역 세 곳의 화합 의미를 담고 있다.
 

▲석양의 모스크
▲석양의 모스크

이슬람은 서기 610년 사우디 메카에서 무함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받아 완성했다. 알라는 하느님이고 유일신이다. 기독교의 하느님과 동일하다. 전지전능한 절대자, 우주를 만든 유일한 창조주로 섬긴다. 이슬람은 아담과 아브라함, 모세로 이어지는 성서의 예언자들을 인정하고 추앙한다. 예수 이후 하느님이 보낸 마지막 예언자로 무함마드를 믿는 신앙이다.

57개국 20억 명이 넘는 무슬림들은 지구촌의 거대한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와는 천년 이상의 교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들은 한류를 좋아하고 열광한다. 국내 필요 에너지 80퍼센트 이상을 이 지역에서 수입하고 건설플랜트 시장에서 상호 협력해오고 있다. 하지만 종교적으로는 공존을 거부하고 오랜 시간 기독교와 대결해왔다. 서구세계와 이슬람의 1200년 적대관계는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고 중동과 이슬람 세계를 편견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히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다.

종교는 인간의 영혼을 구원한다. 목표는 동일하다. 구원을 얻는 수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나는 늘 두 종교를 신앙보다 서로 다른 문화의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다. 감정보다 이성으로 다가선다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공존이 가능하다. 아부다비 모스크 동쪽 입구를 지나는 벽에 새겨진 문구를 마음에 담았다. 사막을 가로질러 두바이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되 뇌였다.

"나는 존재한다.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존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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