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도 최소 25%의 품목별 개별 관세를 부과할 것을 예고했고,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부정적인 만큼 업계는 '트럼프 리스크'에 여전히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 한국산 제품 전체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상호관세는 특정국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상대국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정책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기업이 각국에서 받는 관세·비관세 무역장벽에 따른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되며, 기본관세(5일 시행)와 이른바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 관세(9일 시행)로 나뉜다.
다만 반도체는 이번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백악관은 설명 자료를 통해 "이번에 발표한 상호관세가 반도체와 철강, 알루미늄 등 일부 품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과 반도체 지원법 폐지 가능성 등으로 인해 여전히 트럼프 리스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최소 25% 이상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백악관도 이번 발표에서 반도체가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 산업별 관세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반도체가 상호관세 제외 품목으로 지정됐으나, IT 디바이스에 대한 관세는 면제되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세트 조립이 중국,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과 같은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수요 측면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관세 대응에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지난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회동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각 산업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지원 조치를 긴급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품목별 관세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대해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특성상 세부적인 관세 부과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예측 불가인 만큼 관세보다 반도체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삭감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보조금 미지급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20일(현지시각)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최대 47억4500만 달러(약 6조8778억원)를 지원받기로 한 바 있다. 당초 계획보다 투자 규모를 줄이면서 보조금 규모가 기존에 논의 중이던 것보다 줄었으나, 지원금 확정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보다 먼저 보조금을 확정지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각)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34억 원)의 직접 보조금 지원과 정부 대출 5억 달러(약 7243억 원) 등이 포함된 계약을 확정했다.
보조금이 빠르면 올해 중순 이후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나, 지금과 같은 관세 전쟁 흐름이 이어지면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과 비교한다면 반도체가 나쁘지 않은 상황이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라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긴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