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내게 가족이란 늘 행복한 지옥이거나 지옥 같은 천국 둘 중 하나였다. 내가 아는 한 한 번도 중간은 없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시던 날, 가족의 시간은 각자 다르게 흐르기 시작한다. 완전히 바뀐 하루를 살고 매일 밤 부모님이 사시던 아파트를 찾아가 불 꺼진 빈방을 올려다보는 아들 이석원 작가. '슬픔의 모양'은 언제 끝날지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긴 병간호와 조금씩 예민해지는 가족들 그리고 언젠가 홀로 남겨질 자신의 시간을 이석원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 산문집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로는 슬퍼지기도 해서 거리를 두고 싶지만, 그럼에도 가족은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하고 복잡한 운명을 주고받는 존재들. 이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이 글을 통해 저자는 미워할 수만은 없는, 꼭 내 가족 같은 기시감이 드는 한 가족의 다양한 얼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이별이라는 우리 앞에 언젠가 당도할 슬픔을, 그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을,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인 일상의 순간순간을, 그 순간순간의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석원만의 흡입력 강한 글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마지막 동전까지 꺼내줄 것만 같은 사람, 부모를 위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의문이 들게 하는 사람.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대체 그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어진다.
때때로 상황이 답답해서 짜증을 내기도 하고, 자식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나이 든 부모에게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이 또한 자신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그 순간에도 저자의 눈동자는 가족을 바라보고 있다.
긴 병에 효자가 없기에 병간호는 쉬운 일이 아니라지만, 그는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묻지 않는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그 단어만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나누는 존재. 그래서 작가 이석원은 슬픔의 모양에 물질로는 가늠할 수 없는 그 마음을, 심지어 절박함마저 느껴지는 그 마음을, 가족의 곁에서 얼마 남지 않은 여리고 작은 빛일지라도 지키고 싶은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녹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