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완벽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렸을 적 부모가 나를 방치했을 수도 있고, 내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했을 수도 있으며, 자녀들을 차별로 대우했을 수도 있다.
또 나와의 중요한 약속을 어겼을 수도 있고,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를 가했을 수도 있다. 물론 부모가 최선을 다했다 하더라도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완벽한 부모 역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부모로부터 애착을 얻기 위해 진정성을 버리고, 부모가 나를 미워하거나 거부하거나 혼내지 않도록 스스로 잘 처신한다. 하지만 나를 잘 조율한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몇 번의 실패를 거치고 때때로 원치 않는 상황에 놓이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불안하고 자신감이 부족하며 쉽게 의심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그렇게 내면화된 상처는 은밀하게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 패턴을 만들어낸다. 가족 안에서 치유되지 않은 고통은 어른이 된 이후에도 직장에서의 문제부터 인간관계의 갈등까지 의외의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 책은 우리가 성장한 가족을 이해하고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나에게 미친 영향을 탐색하도록 이끌어주는 치유 과정을 소개한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담과 다양한 상처를 지닌 내담자의 사례를 들려주고, 치유의 대화를 나누기 위한 방법과 실천 연습을 각 장마다 제공한다.
저자 비에나 패러온은 자신의 과거를 똑바로 바라보면 상처에서 비롯된 행동 패턴을 알아차릴 수 있고, 이를 재설계하면 현재와 미래의 관계와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려운 전문 용어는 최대한 피하고 일상의 언어로 쓰여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저자의 깊은 통찰과 감각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은 몰입감을 높이고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저자의 다정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눈시울이 뜨거워질지 모른다. 책에 나온 다른 누군가의 사연이 아닌 그동안 잊고 있던 어릴 적 상처받은 내가 떠올라서다. 그 온기는 그동안 숨죽여 울고 있던 과거의 나를 돌보고 현재를 새롭게 살아가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사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 관계 문제를 겪는 연인이나 부부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