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국내 최초로 발간된 실화 바탕의 건축 팩션이다.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의 젊은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폴 메이몽 상을 수상한 건축가 백희성이 파리의 저택 주인들에게 초대된 자리에서 전해 들은 집에 스며든 아름다운 추억들이 고스란히 이 소설의 글감이 됐다. 사람들 안에 있는 '진짜 집의 이야기'와 그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설계해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이 소설은 아버지가 자신의 방식으로 아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사랑의 메시지를 건축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그려내며 지적 호기심과 따듯한 감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유실되지 않도록 건물에 꼭꼭 숨겨둔 아버지의 뜻을 찾아내기 위해 치열한 추론이 펼쳐지고, 끝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삶의 희망과 원동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로써 슬픔과 상실에 넘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 '기억의 힘'이 다시 한번 우리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작가의 분신이자 건축가인 주인공 '뤼미에르'는 어느 날 아침 부동산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인생이 바꿔버렸다. 평범한 직장인의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시테 섬의 유서 깊은 저택이 헐값에 나와 찾아간 곳에서 아름다움을 감상할 새도 없이 기이하고 환상적인 일들이 낙뢰를 치듯 순식간에 벌어진다. 저택에 방만한 날에 약속이라도 한 듯 건물에 앞도적인 빛의 유영이 펼쳐지는 것을 시작으로 건물에 감춰진 비밀의 단서가 하나씩 뤼미에르의 손 안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집주인이자 요양병원의 소유주인 노인 '피터'로부터 의문의 편지를 건네받은 뤼미에르는 건축가로서의 호기심에 못 이겨 편지가 가리키고 있는 건물의 비밀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게 된다.
파리의 저택과 스위스의 수도원 건물에 비밀을 남긴 사람은 바로 의뢰인 피터의 아버지 '프랑스와'다. 아들이 직접 찾아주길 바랐던 그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피터가 자란 고택, 중세 수도원, 종탑과 비밀 도서관을 설계하면서 건축가 프랑스와가 그 안에 아로새기려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랑'과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무엇보다도 비밀스럽고 가슴 아린 또 다른 존재가 베일에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