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2021 부커상 후보작인 소설 '섬'은 이 가상의 섬에서 일어나는 나흘 동안의 사건을 그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캐런 제닝스는 새뮤얼의 고된 삶을 통해 식민지 시대 이후 아프리카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들여다보며 아름답고 절제된 언어로 묻는다.
폭력은 어떻게 또 다른 폭력을 낳는가. 자유는 어떻게 억압되는가. 연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방인은 얼마나 쉽게 배척되는가. 어디에도 없는 섬에 사는 노인과 낯선 타인의 이야기가 어디에나 있는 우리의 이야기로 변화하는 순간, 작가가 획득한 리얼리티는 오늘의 안온함을 날카롭게 겨냥한다.
소설은 일흔 살 노인 새뮤얼의 고독한 아침으로 시작된다. 새뮤얼은 작은 섬의 등대지기이자 유일한 주민이다. 2주에 한 번 오는 보급선이 세상과의 유일한 접점이고, 섬은 온전히 새뮤얼의 것이었다. 난민임이 분명한 그 남자가 표류해 오기 전까지는.
새뮤얼의 나라는 식민지 시대, 부패정권,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아픈 역사를 지녔다. 어린 시절 새뮤얼은 나라가 식민지가 되면서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가족과 함께 쫓겨났다. 도시에서는 구걸로 생계를 연명했고, 독립운동하던 아버지는 장애를 갖게 됐다.
그러나 그토록 바라던 독립을 쟁취한 후에도 좋은 시절은 오지 않았다. 부패한 권력자들이 정권을 잡은 데다 정세가 불안정한 이웃 나라의 난민까지 몰려든 것. 독재자가 실각하고, 자유의 몸이 된 새뮤얼은 등대지기에 자원한다. 섬은 외로운 곳이고 바다는 사나웠지만 그의 삶보다 거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낯선 타인과 맞이한 아침, 고립과 평화가 동시에 깨진다. 그는 남자와 공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