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최원진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사장)가 1년 6개월 만에 돌연 사임해 그 이유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15일 이명재 전 알리안츠생명 대표의 내정과 함께 최원진 현 대표의 사임을 공시했다. 이에 따라 최 대표는 이달 말 사장직에서 물러나고 4월 1일부터 이 대표가 롯데손보를 맡게 된다.
최 대표가 주어진 2년의 임기를 채우지 않고 1년 반 만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이에 대한 갖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공식 입장대로 부진한 성적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롯데손보는 최 대표의 사임에 대해 "2020년 대규모 자산손상과 RBC비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에서 사임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208억원의 영업손실과 1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건전성을 뜻하는 RBC(지급여력) 비율은 3분기 기준 14.3%포인트 하락한 169.4%로 나타났다. 권고 기준인 150%는 겨우 넘겼지만 손해보험사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개선한 수준으로, 최 대표의 역량과 결부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작년 당기순손실의 경우 전년 527억원 대비 67.57% 개선됐으며 영업적자는 710억원에서 208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다음으로 롯데손보의 RBC비율 조작 의혹에 따른 내부 결정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재무건전성 점검에서 RBC비율을 잘못 산출해 반영해 논란이 됐다. 롯데손보는 RBC비율 산출 과정에서 가용자본에 무해지보험 상품에 대한 해약환급금을 모두 편입시켜 산출했는데,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무해지보험은 일반 보험상품에 비해 보험료를 낮게 책정하고 있으나, 중도 해약할 경우 해약환급금이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RBC비율 산출 시 중도 해약된 건의 경우 환급금이 없는 만큼 보험료 적립금 부담이 해소된다.
다만 이 역시 RBC비율을 산출할 때에는 일반보험 상품과 동일하게 해약시점 기준 보험료 적립금과 해약환급금 차이만큼만 가용자본으로 인정, 편입해야 한다. 그러나 롯데손보는 무해지보험의 해약환급금을 제로로 계산해 보험료 적립금 전부를 가용자본으로 편입함으로써 RBC비율이 실제보다 약 15% 높게 공시됐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는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금융감독원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결국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맡긴 상태다. 또한 이로 인해 최 대표와 담당 임원(RM그룹 그룹장 겸 선임계리사)인 박중언 상무(보)가 갈등을 빚으면서 박 상무가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 대표가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에 빠지는 '번 아웃'을 느끼는 등 순전히 개인 사정으로 사임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 대표는 롯데손보에 온 이후 체질을 개선하는 등 회사의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손보는 사모투자펀드(PEF)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만큼 재매각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여 되팔아 이익을 남긴다. 이에 롯데손보는 이 신임 대표에 거는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JKL파트너스의 롯데손해보험 가치 제고(Value-up) 전략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오랜 기간 글로벌 보험그룹인 알리안츠생명에서 한국 대표를 역임하며 보여준 리더십을 바탕으로 롯데손보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 대표는 JKL파트너스로 돌아가 대주주로서 롯데손보 관리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