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 약 1년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다음달 말 재개장을 앞두고 있어 영등포 유통가에는 벌써부터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이른바 '영등포 유통대전'이 한 달 앞으로 바짝 다가온 것이다.
초대형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내에 있는 신세계 영등포점은 목동 현대백화점에도 영향을 미치고 구로동 AK플라자에도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다. 롯데와 신세계 영등포점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어 두 백화점간 국내 유통업계 사상 유례없는 근접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계의 라이벌인 신세계와 롯데는 8월 말 타임스퀘어 개장과 함께 영등포를 포함한 서울 서부상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에 들어간다.
◇"상권을 탈환하라" = 공격의 포문은 먼저 신세계 쪽이 연다.
1984년 국내 최초의 백화점 지점으로 영등포에 입성한 신세계 영등포점은 1991년 영등포역사에 4배 규모로 들어선 롯데 영등포점에 압도당하면서 25년 만에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반격에 나선다.
신세계 영등포점은 개장과 동시에 대대적인 오픈기념 이벤트를 벌이며 기선제압에 들어간다. 1년여 동안 방치됐던 기존 고객들을 추스르기 위해 다양한 사은행사, 오픈 기념 기획행사 등으로 새로운 백화점의 등장을 알린다.
특히 1층 전층을 명품관으로 꾸며 롯데에 없는 20여 개에 이르는 명품을 간판으로 내세워 롯데를 제압할 계획이다.
기존 경방필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을 합쳐 새로 탄생한 신세계 영등포점은 10층 전체를 고객 편의시설로 제공하고 옥상 정원도 고객 모임이나 여가활동의 공간으로 개방하는 등 규모의 우세를 최대한 활용할 전략이다.
또 자동차 2천1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과 최첨단 주차안내시스템도 자랑거리로 부각할 예정이다. 고객이 자신이 주차한 지역을 기억할 필요없이 모니터상에서 자신의 차량번호 네 자리를 입력하면 정확한 주차위치와 최단 경로를 알려주고 주차요금도 자동 정산할 수 있게 했다.
개장이 임박하면서 직원교육도 빼놓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김군선 점장은 "개장 후 한 달 내로 '친절 백화점'의 이미지를 심는 것을 목표로 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직원 교육은 브랜드 매니저, 신입사원, 협력사원 등을 대상으로 소양교육과 함께 근무 요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특히 라운지 서비스 직원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스튜어디스 교육까지 받도록 했다.
◇"상권을 사수하라" = 롯데 영등포점은 그야말로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991년 영등포역사에 들어선 이후 서부 상권의 맹주로 군림해왔던 롯데는 2002년 8월 개장한 목동 현대백화점에 이어 신세계 영등포점까지 재개장함으로써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조 점장은 매주 시네마관을 빌려 직접 직원을 대상으로 비전 교육에 나서고 있다. 경쟁 백화점이 인근에 대규모로 개장하는 데 따른 직원들의 불안심리를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지난주에는 남극 탐험가 세클턴이 22여명 대원과 함께 남극에서 2년간 펭귄 1천300여 마리를 잡아먹으며 생존했다는 영상물을 상영하며 직원들과 함께 생존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지난 25일에는 500여 명의 직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한마음 대축제'란 제목의 호프데이를 열어 노래와 춤을 즐기며 단합 의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롯데 측은 그동안 모든 프로모션을 8월 이후로 미뤘다. 신세계 개장에 맞춰 맞불 작전을 구사하기 위해서다.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자부하는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통해 고객층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기획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젊은 층이나 서민층에는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부유층에 대해서는 각종 문화 행사를 제공하는 등 고객 특성에 따른 맞춤 이벤트를 벌여나갈 계획이다.
롯데 측은 신세계가 명품을 간판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반해 영 패션 의류와 잡화를 대표 상품으로 표방하며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다.
조태학 점장은 "자체조사 결과 20-30대 고객의 매출 비중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영등포가 젊은 층 위주의 상권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 측은 영 패션 및 화장품 상품을 확대하고 젊은이들을 위한 카페공간, IT.멀티미디어 존을 마련하는 등 '영 패션 1번지'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략이다.
또 신세계의 재개장에 대응해 대대적인 증축공사도 시작한다.
영등포역사를 소유한 철도공사와의 협의가 지연돼 다소 늦어졌지만 10월부터 증축 공사에 나서 내년 말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증축 공사를 통해 건물 2층을 새로 올리고 다소 낙후된 건물 외관도 미래지향적인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 경쟁의 이득은 소비자에게..교통문제는 더 심각 = 신세계와 롯데가 영등포에서 벌이는 유통 대전은 소비자에게는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단 1명의 고객도 놓치지 않으려는 경쟁 상황에서 양측은 더 싸고 더 좋은 물건을 선보이고 더 친절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교통체증 지역인 영등포 역 인근은 신세계의 개장과 롯데의 증축으로 교통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롯데와 신세계는 규모의 경쟁에 집착한 나머지 교통 문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양측 모두 일단 백화점 내로 들어오면 편리한 주차시설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할 뿐 두 백화점 때문에 더욱 심각해질 주변 교통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시 등 관계 당국의 몫이라며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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