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다음달부터 인사회오리에 빠져든다.
이성태 총재가 오는 3월31일 임기를 마치는데다 금통위원중에 심훈 위원과 박봉흠 위원도 4월중에 임기를 종료한다. 또 같은 달에 송창헌 부총재보(총무담당)와 이광주 부총재보(국제담당) 등 2명의 임원 임기도 끝난다.
이에 따라 한은 내부에서는 총재부터 임원까지의 대폭적인 인사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은총재 누가 거론되나
9일 한은과 정부 등에 따르면 한은 총재 후보로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박철 전 한은 부총재(리딩투자증권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후보군에 들어왔다.
한은 쪽에서는 어 위원장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어 위원장이 과거에 금통위원(비상임)을 지냈고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후배라는 점에서도 한은의 경제 판단을 통치권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직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고려대 총장 시절에 보여줬던 어 위원장의 개혁성향을 높이 평가하는 직원들도 있다.
예상과 달리, 한은 직원들이 어 위원장을 선호하는 데는 내부출신 인사가 총재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적어도 관료출신의 입성은 막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관료출신이 총재가 될 경우 생길 수밖에 없는 각종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직원들은 갖고 있는 듯하다"면서 "관료출신보다는 차라리 힘있는 사람이 총재로 와서 한은의 위상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 것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어 위원장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중립성 유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한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 쪽에서는 어 위원장보다는 김 원장과 김 대사가 보다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조만간 본격화될 출구전략이 보다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조화를 이룰만한 인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정부내에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이런 의견 역시 어 위원장보다는 관료출신 또는 자신들의 의견이 보다 쉽게 반영될 수 있는 사람이 총재가 됐으면 하는 희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 "`親정부' 인사 예상
시장에서는 차기 한은 총재는 `정부 친화적인 인물'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한은과 정부가 정책공조상 적지 않은 마찰을 빚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오는 11월 개최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정책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실력과 경륜을 갖추지 못한 채 정부 친화적이기만 한 인물이 온다면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한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정책 목표를 얼마나 잘 관철시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정부와 긴밀하게 공조하면서도 한은 고유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세간의 하마평대로 어 위원장이 총재에 선임될 경우 오히려 통화정책의 일관성이나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른 증권사의 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가 종종 혼선을 빚었던 것처럼 보였던 것은 정부 및 청와대와 의견차가 컸기 때문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며 "이러한 혼선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의 직장' 금통위원 경쟁 치열
한은 금통위원 후보로는 정부와 한은, 금융업계 출신의 무수한 인사가 자천 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심훈 전 한은 부총재와 박봉흠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 2명의 임기가 4월 중 만료된다.
은행연합회 추천인 심 전 부총재 후임으로는 한은 출신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박재환 전 주택금융공사 부사장과 김수명 금융결제원장, 정규영 전 서울외국환중개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상공회의소 추천인 박 전 실장 후임에는 후보가 상당히 많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사장과 임영록 전 차관, 임승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인 정덕구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개각과 맞물릴 수 있어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 집행임원으로는 4월 중에 송창헌 부총재보(총무담당)와 이광주 부총재보(국제담당) 등 2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후임으로는 장세근 총무국장과 유종열 기획국장, 안병찬 국제국장. 이응백 외화자금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신임 총재가 예상밖의 인사를 부총재로 선임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24일 직원 정기인사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주요 국실장 인사는 신임 총재 취임 후 4월 부총재보 인사 때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