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반도체 '나노 경쟁'
상태바
다시 불붙은 반도체 '나노 경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새로운 '나노 경쟁'의 장이 열리고 있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반도체 업체들이 미세 공정 제품을 잇달아 발표하며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미세 공정에서 최고 기술을 가진 업체로 꼽힌다.

2002년 9월 90나노대 제품을 발표한 이후 거의 매년 10나노씩 줄여온 삼성전자의 기술은 경쟁사보다 6개월에서 1년가량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해외 경쟁업체들의 반격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이달 초 25나노 8Gb(기가바이트) 낸드 플래시 제품을 개발해 올 상반기에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낸드 플래시 생산 합작사인 `IM플래시테크놀로지(IMFT)'를 통해 이미 시제품까지 내놓았다.

삼성이 가장 최근에 선보인 낸드플래시가 32나노 제품인 점을 고려하면 `세계 최고'의 타이틀을 빼앗긴 셈이다.

세계 3위 반도체 업체인 일본 엘피다는 지난해 12월 아예 50나노대 공정을 건너뛰고 40나노대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나노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회사들이 나노 경쟁에 힘을 쏟는 이유는 회로의 선폭을 최소화해 집적도를 높일수록 반도체의 생산성과 성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초 삼성이 발표한 30나노급 D램은 기존 40나노급 D램보다 생산성이 60%가량 높고, 50~60나노급보다 두 배 이상의 원가경쟁력을 갖췄다.

또 최근 몇 년간 사활을 건 증산경쟁(치킨 게임)으로 가격 폭락의 쓴맛을 봤던 반도체업체들이 생산효율을 높이는 미세공정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나노 경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반도체 값 하락을 우려하는 삼성전자도 올해 메모리 분야 투자 예정액인 5조5천억원의 대부분을 공정 고도화에 투입하고, 필요에 따라 30나노대 공정을 위해 추가 투자를 감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삼성은 빼앗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되찾고자 27나노 낸드플래시 제품을 개발해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또 하이닉스반도체도 26나노 제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회복국면에 들어선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업체 간의 치열한 기술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경쟁에 뒤진 일본, 대만 업체들이 미세 공정 개발에 주력하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노급 공정 = 반도체 회로와 회로 사이의 폭(회로선폭)이 나노미터(nm)급인 첨단 반도체 제조공정.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2천분의 1 수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