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금수익 극대화'가 목적인 것으로 의심되는 이동통신사 KT의 편법적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구형요금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신형요금제'로 변경하게끔 기존 자사 휴대전화 가입자들을 유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KT측은 현장직원들의 실수에서 불거진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체 측의 '의도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대화가 그 과정에서 오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 "원칙상 유지 돼지만 내부전산망 문제로…" 핑계
제보에 따르면 KT 고객인 김모씨는 지난 10년간 '비기(Bigi)알 요금제'를 사용해왔다.
이 요금제는 각 이통사가 2000년 초부터 도입한 청소년 전용 정액요금가운데 하나로, 주어진 범위 내에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사용비율을 조절할 수 있어 사용자에게 유리한 상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입 당시 약관에 '만20세가 지나도 일반요금제로 변경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어 김씨는 성인이 된 현재까지도 이 요금제를 사용 할 수 있었다.
최근 김씨는 휴대전화 오작동으로 인해 기기자체를 변경해야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비기알' 요금제가 자신에게 적합하다는 판단에 김씨는 기기변경 이후에도 해당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는지 KT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상담원 A씨는 "기기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쓰던 요금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잠시 뒤 A씨는 "안내가 잘못됐다"며 "원칙상 현재의 요금제가 유지돼야 하지만 (KT) 내부 전산에는 요금제를 변경해야 기기변경이 가능한 것으로 안내되고 있다"고 다급히 말을 바꿨다.
김씨의 항의에 A씨의 상급자인 B씨가 나섰다. 그는 "일반기기변경의 경우 기존요금제가 유지돼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내부전산상의 문제로 (기기변경과 기존요금 유지 병행이) 구현되지 않아 타 요금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요금제를 변경해야 한다는 업체 측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통화량이 많지 않은 소비자로서 요금제를 바꿀 경우 당장 금전적 손해가 크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KT 측은 A씨와 B씨의 '단순실수'에 방점을 찍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누가 그렇게 (기기변경 시 요금제까지 변경해야 한다고) 얘기했는지 모르겠으나 사실과 다르다"며 "김씨의 경우 (기기변경을 하더라도) 현재의 요금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김씨의) 불편사항을 즉각 처리해주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B씨의 '내부전산문제' 언급에 대해 그는 "지난해 사내 전산시스템 통합작업이 이뤄지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전산상 오류"라고 설명했다.
A씨와 B씨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나, 의혹의 불씨는 곳곳에 남아있다.
◆ 실수로 치부하기엔 개운치 않은 발언들
우선 "(KT) 내부 전산에는 요금제를 변경해야 기기변경이 가능한 것으로 안내되고 있다"는 A씨의 발언은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긴다. 상담센터 직원들이 이용하는 시스템에 KT측이 '공지' 형식의 글을 띄웠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없애기 위한 업체 측의 '사전작업'이라는 의혹을 낳는다.
B씨 역시 초점을 요금제 변경에 맞춰놓고 있다. 각 통신사 요금정책에 대해 소비자가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즉각 불편사항을 처리해주겠다"는 KT 관계자의 발언을 두고도 '불리한' 문제가 업계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꼼수' 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구린내'가 풍기는 모양새다.
한 소비자는 "고객을 대하는 일선 직원들에게 왜 정확한 요금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요금제를 변경한 소비자들도 많을 텐데, 그에 따른 피해를 KT가 챙긴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KT는 (A씨와 B씨가 말한) 원칙만이라도 지켜라"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