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작년에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은행들이 올해는 속속 배당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실적 개선에도 2년 연속 배당을 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이지만, 여전히 자본 확충을 우선시하는 당국의 의중을 반영해 배당 규모는 예년보다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배당을 재개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2006년과 2007년 주당 900원의 배당을 시행했지만 작년에는 배당을 중단했다. 2008년 2조2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2년 연속 2조 원대 실적을 올렸지만, 순이익의 내부유보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라는 당국의 권고를 감안한 조치였다.
신한금융은 작년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순익이 은행권 최고 수준인 1조3천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주주들의 배당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적이 줄어든 만큼 배당 규모는 예년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시장 등에서는 신한금융이 예년의 절반 수준인 500원 안팎의 배당을 시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은행권의 배당 재개를 주도한 곳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이다.
외환은행은 올해 주당 51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작년 125원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외환은행은 대부분 은행이 배당을 중단한 작년에도 배당을 실시하는 등 2007년 이후 4년 연속 배당을 결정했다.
4년간 배당 총액은 1조5058억원이며 론스타는 절반 이상인 8560억여원을 배당으로 확보하게 됐다.
KB금융도 배당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작년 순익이 2008년 수준인 약 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배당 규모는 예년에 비해 5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2006년 3650원, 2007년 2450원을 배당한 뒤 작년에는 배당을 중단했다.
작년 보통주에 대한 배당 없이 우선주에만 15원을 배당한 기업은행은 올해 보통주에도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작년 당기순이익이 7천억원대를 기록하면서 2년 연속 7천억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배당규모는 2007년 550원과 2008년 575원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도 올해 소액이나마 배당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45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던 실적이 작년에는 배로 늘어나면서 1조 원대를 회복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역시 소액 배당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2006년 주당 900원, 2007년 1300원, 2008년 200원 등 창사 이후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2006년과 2007년 1조원대였던 순익이 2008년 4834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작년 3천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배당 규모는 소액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 자본을 충분히 확충했고 올해는 개선될 것으로 보여 배당을 하기는 해야 할 것"이라며 "당국과 이사회가 견제할 수 있어 배당 규모는 미미할 것으로 보이며, 배당 여부가 불투명해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