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프루스트 클럽』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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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루스트 클럽』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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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든 퍼즐 조각들은 평생 제 마음속에 남을 겁니다."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빌려주었던 과외 학생에게 '이거 잘 봤어. 재밌더라.'하는 간단한 평과 함께 그 책을 반납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그 녀석은 '그럼 이것도 꼭 보셔야 해요.'하고 책 한권을 제게 내밀었는데, 바로 그 책이 이 [프루스트 클럽]이라는 책이었지요. 똑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청소년 문학이니만큼 앞에서 경험했던 책과 비슷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중고등학생, 성적, 가족, 친구 문제, 자살, 스트레스, 왕따........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 모든 주제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긴 했지만, [프루스트 클럽]은 좀 더 깊고, 다른 형태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 듯 했어요. 17살 윤오가 겪는 방황들은 낯설지만 당황스럽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 모두가 이미 10대 시절 마음 속에서 한 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충동적인 유혹이었기 때문이에요. 그 유혹은 다름아닌 평범하고 친숙한 일상과의 안녕이라는 전제입니다. 학교도, 도서관도, 집도, 학원도 모두 안녕. 전학생 윤오가 늘상 다니던 도서관을 뒤로 한채,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이 발걸음을 옮겨서 오데뜨가 운영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이상한 카페를 만나게 되고, 나원이와 재영군을 만나게 되어 친구가 되는 것처럼요.

 

비록 굵지는 않으나, 제게는 이 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도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진 고유한 성격이 다채롭게 빛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자유롭지만 불안했던 나원이와 완벽한 생활 속에 구속되어 있던 효은이,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었을 오데뜨,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재원군, 그리고 그 슬프지만 아름다웠던 10대라는 찬란한 퍼즐 조각들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갈 주인공 윤오까지.

 

작가의 문체는 부드럽지만 날카롭고, 따뜻하지만 냉정하기 그지 없어요. 덤덤한 윤오의 성격 때문인지 문체가 얼핏 건조해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그 건조함 안에는 뜨거운 10대가 품고 있을 그 모든 고민과, 추억과, 아픔과, 눈물이 담겨 있지요. 책을 읽는 내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이것 저것 회상해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새벽 늦게까지 침대 위에 달린 작은 전등을 끄지 않고 책을 읽던 룸메이트 생각이 가장 먼저 나네요. 그 친구가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이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같은 여성 작가들이 쓴 일본 소설이었지만요.

 

덧 : 책의 제목 자체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연관이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영화 [러브레터]가 생각나더군요. 소년 이츠키가 소녀 이츠키에게 했던 귀여운 사랑 고백. 그 책이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으니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그 소설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일어든, 한국어든, 프랑스어든, 영어든 상관없이 제목 자체부터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나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도서실에서 일하는 이츠키.


 '왜 이런 어려운 책들만 읽는거야?' 하고 소년 이츠키를 못마땅해 합니다.

책은 일본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채...

그렇게.. 조용히 소년 이츠키와의 '시간'은 도서실 책장에 잊혀지고 묻혀집니다.

언제나 저곳에는 이츠키가 책을 읽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덧2 : 그럼 윤오에게 있어서 잃어버린 시간은 무엇이었을까요? 오데뜨와, 나원이와, 효은이와, 그리고 재원군과의 그 소중했던 시간일까요? 

 

출처: 소유흑향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dnjsgl3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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