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사히(차이나+아사히)' ,'오가든(호가든+오비맥주)'
직수입품으로 인식돼 왔던 '아사히'(일본), '호가든'(벨기에) 병맥주가 국내 및 중국공장에서 각각 생산된 제품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을 수입·판매하고 있는 롯데아사히주류(아사히)와 OB맥주(호가든)측은 원산지를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들에게 이익이라는 논리도 짜맞춘 듯 동시에 나왔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속았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일본산-벨기에산 맥주, 제3국 택한 이유는?
우선 1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아사히 병맥주는 모두 중국 현지 아사히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인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성에 업체 측은 초점을 모았다.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자는 "일본에서 병맥주를 수입하게 되면 가격이 너무 비싸진다"며 "지금도 아사히 맥주를 비싸다고 하는 고객이 많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그는 "아사히맥주가 일본이 아닌 중국에서 생산된다 하더라도 원료 및 제조공정이 동일하기 때문에 맥주의 맛과 질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사히 맥주 고유의 맛을 저렴한 값으로 즐길 수 있어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제품 뒷면에 '원산지:중국' 표시가 분명히 돼있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호가든 병맥주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OB맥주 측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벨기에에서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훨씬 수월하다"며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가든 병맥주는 우리나라를 비롯 벨기에, 러시아 3국에서만 생산 가능할 정도로 생산과정이 까다롭다"며 "각 국에서 생산되는 호가든은 모두 최상의 동일한 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타 맥주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가일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원산지 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롯데아사히와 호흡을 함께 했다.

△물류비용 절감여파가 소비자들의 '구매비용 하락'으로 이어져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 '윈-윈' △맥주 고유의 맛을 저렴한 값으로 즐길 수 있어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이득 △위법성 전무 등의 논리로 이들 업체들의 입장은 정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뒷맛이 개운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원산지 홍보가 적절히 이뤄졌느냐는 점과 90%이상이 물로 이뤄진 맥주의 특성상 현지의 그것과 같은 맛을 낼지 각각 의문으로 남는 탓이다.
일부 맥주 마니아들은 아사히 맥주를 '차사히(아사히+차이나)', 호가든을 '오가든(OB맥주+호가든)'이라고 폄하해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적인 차원이 아닌 제품 원산지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롯데아사히주류와 OB맥주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담하기만 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직장인 A씨는 "맥주를 마실 때 뒷면에 붙어있는 라벨까지 살펴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업체 측은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로서 왜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대학생 B씨는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입맥주를 찾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직수입제품이 주는 색다른 느낌의 만족 감"이라며 "때문에 국산이나 중국산이라는 것을 업체 측이 감추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와 '호가든'을 즐겨 찾는 소비자들의 '술맛'이 싹 달아나기에 충분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