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설 연휴 '얇아진 지갑'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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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설 연휴 '얇아진 지갑'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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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은행원들은 짧은 연휴와 얇아진 보너스 봉투로 좀처럼 설 연휴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전망이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은행 경영실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과거 호황기 때와 같은 두둑한 성과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등 지난해 괄목할만한 경영실적을 올린 대기업들이 설을 앞두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해 급여 5%를 반납하고 연차 의무 사용으로 연차수당까지 받지 못한 은행 직원들은 명절을 앞두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얇아진 성과급 봉투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은행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의 50~100%를 설 상여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경영실적이 악화로 통상 연초에 손에 쥐었던 성과급을 이번에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4조9천억 원으로 집계돼 작년 동기보다 40% 감소했다.

4분기 때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변수가 생기면서 금융위기 전보다 은행권 실적은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별로 적게는 100%, 많게는 300%까지 경영 성과급이 나왔으나 작년부터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설을 앞두고 예년과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의 100%를 상여금으로 줄 예정이며, 지점 영업성과에 따라 직원별로 성과급을 50~150% 차등 지급한다.

다만 은행 연간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설을 앞두고 통상 급여의 50%와 100%를 상여금을 지급한다.

국민은행은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연간 2조 원대 순이익을 올렸으나 지난해에는 8천억 원대로 실적이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성과급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한은행 측은 "현재 지난해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며 경영 성과급을 줄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연초에 두툼한 봉투를 받아드는 곳은 외환은행이다.

외환은행은 설 연휴 전에 통상임금의 100%를 상여금으로 주며 영업점 경영성과에 따라 직원별로 125~175%의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여기에 2월 중순에는 은행 경영목표 달성에 따른 성과급도 줄 예정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통상 1~2월에 전체 연봉의 4분의 1가량을 받는다"며 "하지만 지난해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성과급을 100%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7천500~8천억 원대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중 세금 환급분 2천296억 원과 현대건설 지분 일부 매각이익 1천370억 원 등 일회성 이익 3천700억 원은 경영목표 달성을 따질 때 제외한다.

은행 이외에 금융공기업 등 다른 금융기관도 해마다 지급하는 설 상여금 이외에 별도 보너스는 계획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삼성생명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며 2월께 회사가 수립한 이익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주는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는 통상임금의 100%를 주며 생활용품 세트와 같은 간소한 선물을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짧은 연휴'.. 연차 휴가 사용 권장


올해 설 명절의 법정 연휴는 다음 달 13~15일 사흘간이다. 대기업들이 이보다 하루 이틀 긴 4~5일을 쉬기로 하지만 은행들은 공식적으로 법정 연휴만 쉰다.

   대신에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은 임직원들의 귀성길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적극적인 연차휴가 사용을 권장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추석에도 직원들에게 연차휴가 사용을 권장하는 메일을 발송했다. 또 임직원들의 귀향을 돕고자 부산, 대구, 광주 등 11개 지역에 16대 귀향 버스 운행할 예정이다.

설 연휴를 더 바쁘게 보내는 직원들도 있다.

국민은행 전산부 직원 700여 명은 연휴 기간 전산시스템 개편을 위해 전원 근무한다. 이 기간에는 국민은행 인터넷.휴대전화.모바일뱅킹과 자동화기기 일부 서비스가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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