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테마거래로 오류조건 형성…"거래방식도 개선 필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주식거래가 7분간 전면 중단된 초유의 사태가 한국거래소 시스템 충돌 탓으로 드러나면서 대체거래소 출범 준비가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테마 거래로 거래가 급증한 이른바 '동전주'(주가 1천원 미만 주식)였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과 무관치 않은 사고였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철저한 시스템 점검 외에도, 부실 종목의 진입 및 퇴출 관련 제도 정비를 서두르는 등 밸류업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발생한 코스피 거래 중단 사태는 중간가호가와 자전거래방지 시스템의 충돌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간가호가는 지난 4일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에 맞춰 도입된 신규 호가 방식으로, 최우선 매도호가(매도자 호가 중 가장 싼 가격)와 최우선 매수호가(매수자 호가 중 가장 비싼 가격)의 평균 가격으로 정해진다.
그런데 사태 당일 동양철관 거래에서 동일인으로부터 동일 가격의 매수, 매도 주문이 나오는 자전거래 상황이 발생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쪽 호가를 효력 정지하는 시스템과 중간가 호가의 가격 절사가 맞물리면서 발생한 오류가 전체 시스템 마비로 번졌다.
예외적 상황이라고 해도 예상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지 못한 결과인 만큼 거래소는 관리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이번 사태 이전에도 넥스트레이드 출범을 전후한 오류와 장애가 끊이지 않았다.
개장 첫날에는 미래에셋증권의 트레이딩시스템에서 실시간 주문 체결 조회가 1분 이상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당일 키움증권에서도 실시간 시세 조회 서비스가 지연됐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과 함께 정규 시장, 종가매매 시장, 대량·바스켓매매 시장을 동시에 열 계획이었으나, 출범 직전 대량·바스켓매매 시장 관련 미비점이 발견되면서 해당 시장 개장을 연기한 상태다.
이처럼 시장 곳곳에서 전조가 있었음에도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은 거래소의 준비와 운영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이달 말 넥스트레이드 거래 종목이 800개로 확대될 경우 또 다른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확인된 운영상 문제와는 별개로,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된 '동전주'와 국내 증시의 취약성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동양철관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언급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의 테마주로 꼽히면서 거래가 급증했다.
지난달 말까지 일일 100만~200만주가량이던 동양철관 거래량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당일인 지난 5일 2천500만주를 돌파한 데 이어 이튿날인 6일에는 2억주를 넘겼다. 이번 사태 발생일에도 1억주가 넘게 거래됐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급증한 거래로 인해 자전거래가 발생했고, 1원 단위 호가의 중간가인 0.5원을 0원으로 버리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등 동전주가 아니면 생기기 어려운 두 가지 상황이 겹친 결과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