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exels]](/news/photo/202503/637725_553484_5516.jpg)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ODD)' 지정을 잇달아 획득하며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은 희귀·난치성 치료제 개발 및 허가를 지원하는 제도인 만큼, 국내 신약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이하 온코닉)가 개발 중인 차세대 이중표적 합성 치사 항암신약 후보물질 '네수파립'이 지난 18일 미 FDA로부터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치료를 위한 ODD로 지정됐다.
네수파립은 2020년 9월 제일약품이 온코닉에 기술 이전한 신약 후보 물질로, '파프(PARP)'와 '탄키라제(Tankyrase)'를 동시에 저해하는 표적항암제다. 기존 1세대 PARP 억제제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내성 문제를 해결할 혁신 항암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앞서 네수파립은 2021년 췌장암 치료제로 미 FDA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ODD 지정 받은 바 있는데, 이번 신규 지정으로 온코닉은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치료제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글로벌 위암 치료제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해당 시장은 2024년 53억2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12.63% 성장해 2029년에는 96억4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네수파립은 위암 이외에도 췌장암과 자궁내막암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며, 향후 부인과암 및 남성 암 등 추가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시장과 경쟁 환경을 고려해 방향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FDA의 ODD 승인 비율이 약 17.6%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온코닉의 이번 ODD 지정이 네수파립의 기술 신뢰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FDA의 ODD 지정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ODD로 지정될 경우 △신속 심사(패스트트랙) △조건부 승인 △신약 허가 검토 수수료 면제 △연구개발 보조금 지원 △시장 독점권 연장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신약 개발과 상업화가 한층 수월해진다.
이에 온코닉을 비롯한 국내 제약사들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동제약의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지난 2월 폐섬유증 신약 후보 물질 'IL21120033'이 FDA로부터 ODD 지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신약은 CXCR 수용체에 작용해 생체 조직 섬유화 및 염증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개발 중이다. 앞서 아이리드비엠에스는 표적단백질분해(TPD) 기반 분자 접착제도 ODD 지정을 받았으며, 해당 치료제는 CDK12 단백질을 표적으로 난치성 암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미약품 역시 ODD 파이프라인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그 일환으로 GC녹십자와 공동 연구 중인 파브리병 치료제 'LA-GLA'가 지난해 5월 FDA로부터 ODD 지정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현재 LA-GLA를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22건의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해 ODD 지정을 받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C녹십자와 개발 전 과정을 공동 수행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으며 ODD 개발은 제약기업의 사명과도 같다"며 "희귀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FDA의 ODD 지정 사례가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척도라고 평가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ODD 시장은 임상 과정과 비용 부담 등의 문제로 많은 기업들이 진입을 주저하는 영역임에도 국내 제약사들이 축적된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활발한 연구개발(R&D) 행보가 결실을 맺으면 보다 넓은 치료 영역에서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ODD 지정 제도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