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중개수수료 인상'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인상안에 대한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의 분노가 치솟으며 '게르만민족', '빨대의민족'이라는 조롱 섞인 멸칭까지 등장할 정도다.
배민은 지난 10일 '배민1플러스' 요금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6.8%였던 중개수수료를 9.8%로 3%p(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배민의 중개수수료는 쿠팡이츠와 동일한 선상에 놓이게 됐다. '업계 최저 수수료'였던 메리트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이는 '업계 최저'라는 타이틀보다 앞으로의 '수익성'을 염두한 판단이다. 배민은 이미 배달앱 시장에서 60%가량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입점업체는 물론 월간 사용자 수도 많은 만큼, 중개수수료를 인상하더라도 '탈(脫) 배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개수수료 인상에 앞서 유료 구독서비스인 '배민클럽'을 도입하고 포장 중개수수료 역시 유료로 전환한 것 역시 수익성 강화 작업의 일환이다. 배민은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재원으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 서비스 고도화 및 고객 혜택 제공 등으로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외치는 배민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배민은 지난해 매출액 3조4155억원, 영업이익은 69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5.9%, 65% 증가한 수치다. 2022년 흑자 전환한 뒤 지난해 7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는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도 받아갔다.
이처럼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모기업이 대규모 배당금까지 챙긴 상황이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염려하며 각종 비용을 인상해야 할 정도로 '위기'인지에 대해 의문에 남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DH가 유럽연합(EU) 반독점법 위반으로 60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배민에 수익성 강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갑작스런 이국환 전 대표의 사임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수익성 강화 작업은 모기업의 구멍난 '곳간'을 채우기 위해 입점업주와 소비자에게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한 셈이다.
배민은 중개수수료 인상폭에 대해서도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 타사 수준으로 '현실화'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배민 입점업체의 상당수는 '가게배달'이 차지하고 있어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 인상에 따른 영향도 한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수료 인상이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에도 '식재료 비용 상승' 영향을 꼽으며 배달수수료는 주 요인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게다가 배달앱을 이용하는 외식업체도 30% 미만이며, 배달 주문을 통한 매출액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실제 입점업주들의 부담과 고통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과 다름없다.
배민 가게배달 비중이 높은 것은 아직 자체 배달을 제공하는 '배민1플러스'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배민1플러스 적용 지역의 점주들은 주문수 차이가 커 '울며 겨자먹기'로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게 해놓고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배민이 배민1플러스 가입 업체에만 무료배달, 할인쿠폰, 우대 혜택 등을 제공해 배민배달로 주문이 몰린다"며 "업주들이 배민1플러스에 가입할 수밖에 없게끔 해놓고, 가게배달 비중이 높아서 영향이 한정적이라고 하는 것은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다. 여러 배달앱 이용실태 조사를 보면 배민의 설명과 달리 배달앱 중개수수료에 부담을 느끼고, 이러한 부담이 음식 가격 인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1년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플랫폼 이용료 비중이 '부담 된다'는 배달앱 이용사업자 응답이 77.1%에 달했다. 이는 오픈마켓(69.4%)이나 숙박앱(67.8%)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소상공인 1005명을 대상으로 배달앱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배달앱이 중개수수료를 인상한 경우 소상공인의 49.4%가 음식 가격 등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도 중개수수료가 오르면 음식값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겠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올라오는 상황이다.
배민이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수익성 강화와 더불어 생태계 구성원들과 '상생'도 고려해야 한다. 입점업주·소비자와 함께 나아가기 위한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