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엔 흰우유 '3000원' 갈까…유업계, '눈치싸움'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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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엔 흰우유 '3000원' 갈까…유업계, '눈치싸움' 치열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8월 02일 0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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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격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라, 가격 인상 '불가피'
전방위적 가격 인상 자제 압박 속 인상 폭·시기 놓고 고심 중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오는 10월부터 원유 가격이 ℓ당 88원 오르면서 유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원유 가격이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인상되면서 흰우유 등 유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은 거세고, 소비자들의 국산 우유 외면이 가속화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주요 유업체들은 제품 가격 시기와 인상폭을 두고 누가 '총대'를 맬지 치열한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27일 원유 기본가격 협상 소위원회를 열고 원유 리터당 가격을 88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흰우유, 발효유 등 신선 유제품에 사용되는 음용유 원유 가격은 1084원이 됐다. 이는 지난해 리터당 49원 인상에 이어 2년 연속 인상이다.

낙농위원회 측은 "음용유용 원유 가격 협상 범위가 리터당 69~104원인 상황에서 생산비 상승 및 흰우유 소비감소 등 낙농가와 유업계의 어려움을 모두 감안해 결정했다"며 "물가부담 완화를 위해 원유기본가격 인상시기를 8월 1일에서 2개월 연기해 10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시중에서 판매되는 흰우유 1리터 또는 900ml 제품 가격은 3000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원유 가격 인상폭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유업체들 역시 제품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리터당 49원 인상 당시에도 국내 주요 유업체들은 흰우유 출고가격을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6.6%,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각각 9.6%, 8.6% 인상했다. 출고가가 오르면서 현재 흰우유 제품 가격은 28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원유 가격 인상폭을 감안하면 흰우유 제품의 3000원대 진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원유 가격이 오르는 10월께 흰우유 가격도 함께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업체들은 가격 인상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으면서도,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강력한 물가안정 정책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유업계에 과도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원유 가격 인상이 과도한 흰우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소비자단체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는 지난 6월 성명을 내고 "주요 유가공업체들이 그동안 원유 기본가격 인상분보다 2배 이상 큰 폭으로 제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 부담을 배가시켰다"며 "기업들이 자사의 이익 추구만을 위한 비합리적 과도한 가격 인상을 단행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에 소비자들이 국산 흰우유가 아닌 수입산 멸균우유로 눈을 돌리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유 수입액은 153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1% 늘었다. 수입 중량은 전년 동기보다 25.3% 증가한 1만8346톤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입액과 중량 모두 증가한 것을 통해 수입산 멸군유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국산 흰우유 대비 절반 가량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유통기한이 1년으로 길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유업계는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금 당장은 '후폭풍'을 우려해 제품 가격 시기와 인상폭을 두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산 멸균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국산 제품이 비싼 것은 원유 가격의 영향이 커, 국산 제품은 가격적인 부분 외에 신선함과 품질력 측면에서 차별점을 가지고 고객에게 어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업체들은 원유 가격 인상 시기 마다 제품 가격을 올려왔기에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원유 가격 인상이 지난해의 2배가량으로 최대폭을 기록한 만큼, 현재 흰우유 제품 가격 수준이 비추어 봤을 때 3000원대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인 3000원을 넘어선다면, 이에 따른 소비 위축이 유업계에 미칠 영향까지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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