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윤호 기자 | 올여름 무더위가 본격화하면서 창문형 에어컨을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스탠드형 에어컨 등 대형 냉방 가전 대비 저렴함을 무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마철이지만, 쏟아지는 비에도 더위는 가시지 않고 있다. 기상청 예보를 보면 장맛비가 예고된 이번 주에도 아침 최저기온은 23~25도, 낮 최고기온은 26~33도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무더위는 밤에도 지속돼 제주 등 일부 지역에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열대야란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통상 무더위가 시작되면 에어컨 판매량이 늘기 마련이다. 반면, 올해는 전체 에어컨 판매는 다소 저조한 가운데 창문형 에어컨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LG전자(대표이사 조주완)에 따르면 자사 창호형 에어컨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쿠쿠홈시스(대표이사 구본학)는 상반기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해 약 40% 늘었다고 밝혔다.
창문형 에어컨이 판매 성장세를 이뤄가고 있는 것과 달리 업계선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스탠드형 에어컨 등의 판매량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창문형 에어컨과 스탠드형 에어컨의 인기 반비례 현상은 고물가 속 지출에 대한 부담이 원인으로 꼽힌다.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300만원~600만원대의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스탠드형 에어컨 대신 최대 150만원가량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창문형 에어컨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7% 올랐다. 동기간 가전제품렌털비 등이 포함된 생활물가지수도 2.3%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며 소비자들은 금액대가 높은 대형 냉방 가전 대신 비용 부담이 적은 소형 냉방 가전(창문형 에어컨)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그간 고질적 단점으로 지목되던 소음 문제를 해결한 점도 창문형 에어컨의 인기 비결로 꼽힌다. 일례로 2019년 출시된 파세코(대표이사 유일한)의 초창기 창문형 에어컨의 소음은 40~50데시벨(db)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침실의 소음 기준선인 35db을 상회했다. 반면 올해 선보인 신제품은 취침 모드 기준 조용한 도서관 수준인 34.3db로 줄었다.
소음 문제를 해결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소비자는 "과거 창문형 에어컨은 에어컨 가동 중에 발생하는 소음과 일상 소음이 더해져 사용 시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최근 제품은 저소음 모드가 강화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가전업계에서는 '소음의 정도를 낮췄다'는 점을 소구 포인트로 내세운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며 수요 공략에 한창이다.
쿠쿠홈시스는 지난달 2023년형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취침 모드 선택 시 32.5dB의 소음만 발생한다. 2개의 실린더가 회전하면서 진동과 소음을 줄여주는 듀얼인버터 컴프레셔가 장착돼 전년 모델(37db)보다 소음 정도가 낮아졌다.
LG전자는 지난 5월 2023년형 창호형 에어컨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를 선보였다. 조용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저소음 모드에서 풍향을 5단계로 선택하는 '저소음+' 기능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대표이사 한종희·경계현)가 지난 4월 선보인 창문형 에어컨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윈도우핏'도 저소음 모드 사용 시 32dB 수준으로 작동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제품은 2개의 관을 이용해 냉매의 마찰음을 감소시키는 '트윈 튜브 머플러'와 2개의 실린더가 회전하면서 진동과 소음을 줄여주는 '트윈 인버터'가 적용된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를 탑재해 소음을 줄여 소비자들의 편안한 숙면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며 소비자들이 에어컨 구매를 고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물가 상승 등에 대한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창문형 에어컨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출시된 신제품은 과거 제품과 달리 소음 문제도 해결돼 창문형 에어컨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